문화
[키워드 K팝] 뉴이스트에 세븐틴까지…`오디션 강자` 플레디스
입력 2018-11-30 17:03  | 수정 2018-11-30 19:34
◆ 키워드 K팝 / ⑪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
영웅이 되려면 성장 서사가 필요하다. 배트맨은 부모가 살해된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데드풀은 생체 실험을 당한 고통 끝에 초인적 히어로가 됐다. 영웅과 일반인 사이 능력차에서 오는 심리적 거리감은, 영웅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좁아진다.
요즘 10·20대의 영웅인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데뷔 때부터 고생했던 모습을 팬들과 공유함으로써 모두의 영웅으로 발돋움한다. '프로듀스 101'류 오디션 프로그램이 해주는 역할도 여기에 있다. 연습생이 슈퍼스타로 도약하는 서사를 단기간에 훑을 기회를 줘서 동질감과 신비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가장 잘 활용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이 회사의 보이그룹 뉴이스트는 주요 멤버들이 '프로듀스 101' 시즌2에 나가서 방송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종 11인에 뽑혀 워너원으로 활동 중인 황민현뿐만 아니라 나머지 멤버들의 유닛 그룹 뉴이스트W도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1 주요 멤버가 포진한 걸그룹 프리스틴도 지난해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후 초기 1주일간 판매량) 1만장을 달성한 것이다. 동전의 양면을 지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장점만 잘 취하는 기획사 플레디스를 오디션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 오디션 프로의 명과 암
'프로듀스 101'을 필두로 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엔 명과 암이 있다. 수많은 기획사의 연습생과 경쟁해 데뷔조에 들게 되면 다른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 빨리 인기를 모을 수 있다. 시청자 투표를 통해 탄생한 이유로 탄탄한 팬덤을 지닐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채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기획사에서는 오디션 프로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때 부담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데뷔조에 들지 못한다면, 자사의 연습생 자원만 노출하는 꼴일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의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도 시간상 차질이 생긴다. 운 좋게 데뷔조에 들게 되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1년간의 프로젝트 그룹 활동 후 원 팀으로 돌아갔을 때, 그룹의 다른 멤버들과 인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엔 데뷔조까지 구성했으나 방송 제작사가 데뷔를 취소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모 기획사 관계자는 "방송국과 척질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내보낸다"면서 "회사 내에서 가장 뛰어난 연습생은 되도록 노출하지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 명(明)만 잘 취한 플레디스
플레디스 사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밝은 부분만 성공적으로 취한 경우로 해석 가능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방송된 2017년, 뉴이스트는 이미 데뷔 6년 차 보이그룹이었다.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력을 지닌 이들 주요 멤버가 연습생으로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였다.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가 이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시청자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과거 이야기가 곧 인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랜 단련을 거친 뉴이스트 멤버들은 노련한 모습으로 전원 생방송 출연진으로 뽑혔다.
9위를 한 황민현은 현재 워너원 인기 멤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워너원으로 데뷔하지 못한 멤버들의 행보다. 황민현을 제외한 멤버로 구성된 뉴이스트W는 올해 12월 단독 콘서트 선예매분을 매진시켰다. 새 앨범은 발매 직후 각국 아이튠즈 차트 상위권을 기록했다. 오디션 프로 출연 후 데뷔조 멤버 외 구성원이 소외됐던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행보다.
'프로듀스 101' 시즌1(2016년 방영) 출연 멤버가 7명이나 되는 걸그룹 프리스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017년 데뷔해 첫 앨범으로 초동 판매량 1만장을 넘기는 저력을 보여줬다.
◆ 인재 보는 안목 좋지만 지속력 떨어져
플레디스 아이돌이 오디션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원래 빛나는 멤버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2007년 창업한 한성수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보아 매니저 출신으로, 매력적이고 끼 있는 멤버를 발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애프터스쿨, 손담비 등 가요계를 주름잡은 가수를 여럿 배출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아무래도 매니저 현장 경험이 많다 보니 어떤 인물이 사랑받는지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의 지속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뉴이스트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 인기 그룹으로 부상했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충분히 매력적인 팀을 6년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걸그룹 프리스틴의 경우 팬들 사이에서 방치 논란이 생길 정도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실력 좋은 친구들을 모아서 팀을 꾸리기까지는 잘하는데, 지속력이 떨어진다"며 "애프터스쿨도 그렇고, 힘을 이어나가질 못한다. 안 된다 싶은 팀은 금방 자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는 분석이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유닛을 구성해 인기 있는 멤버만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려 든다"며 "일회성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의 발굴과 계약)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활동을 중단하고 나오는 기간이 다소 길다"고 꼬집었다.
◆ CJ ENM 울타리 속으로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현재 아이돌 그룹 라인업은 탄탄하다. 뉴이스트 동생 그룹 세븐틴은 최근 8개 도시 16회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또한 '프로듀스 101'을 제작한 CJ ENM이 플레디스 지분 51%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면서 매니지먼트에 보다 탄력을 줄 만한 기반을 갖췄다. CJ ENM의 후방 지원을 디딤돌 삼아 그간 노출한 한계를 넘어설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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