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 히트상품 `高금리·달러·목표달성 적금`
입력 2018-11-28 17:31  | 수정 2018-11-28 19:51
올 한 해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크게 세 종류 금융상품이 잘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를 내걸었거나 미국 달러로 투자해 환차익을 볼 수 있는 외환 상품, 저축하는 것을 '도전 과제'로 바꿔 달성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의욕을 자극하는 목표 달성형 적금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가입 실적이 좋은 은행 상품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두드러진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건 수신상품의 인기다.
지난 16일 우리은행이 1년 가입에 최대 연 6% 금리를 주는 '우리여행적금'은 출시한 지 8일 만에 통장 2만1000개가 개설됐다. 적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금리도 올라가는데, 최근 시중은행에서 내놓은 적금 중에서 단 1년 만에 이 정도 금리를 주는 상품이 없다 보니 우리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 3.5%포인트를 주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에 목말랐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모여든 것이다.
Sh수협은행이 연 5.5% 금리를 걸고 판매 중인 'Sh쑥쑥크는 아이적금'은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꼭 가입해야 하는 필수 적금으로 입소문을 타 나온 지 두 달도 안 된 현재 가입자가 13만9000명을 넘겼다. 가입 후 5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하지만 월 납입 한도가 10만원까지라 부담이 작고 무엇보다 높은 금리 덕택에 일부 수협은행 영업점에는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개점 전부터 줄을 설 정도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동시에 가입한 뒤 만기까지 청약저축을 유지하면 기본 금리 2배인 연 3%를 주는 KEB하나은행 '내집마련 더블액 적금'에는 올 1월 출시 후 현재까지 22만계좌, 판매액 2000억원이 몰렸다. 금리가 오를 때 유리한 '풍차돌리기'형 상품도 주목받았다. 가입할 때 금리가 바뀌는 회전 기간을 최소 1개월부터 최대 12개월까지 1개월 단위로 정할 수 있는 NH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는 올해만 무려 16만개 넘는 계좌가 새로 개설됐고, 현재 잔액은 44조원에 육박한다.

달러 강세 분위기에 맞춰 외환을 이용한 예금과 신탁도 올해 히트상품에 꼽혔다. 대표적인 것이 달러예금이다. SC제일은행이 지난 10월 새로 달러예금 통장을 만든 고객에게 특별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자 한 달 만에 개인 고객 외화예금 잔액이 1000억원 넘게 늘었다. 미국 달러예금은 만기가 되면 당초 가입 때 약정한 이자뿐 아니라 환율에 따른 환차익까지 함께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환테크' 상품이다.
10년 만에 찾아온 한미 기준금리 역전 덕에 환 프리미엄을 볼 수 있는 신탁도 잘 팔렸다. KB국민은행이 지난 5월 내놓은 'KB 다모아 신탁'은 고객이 보유한 미국 달러를 맡기면 은행이 이를 원·달러 스왑 거래에 활용해 나온 환헤지 이익과 원화 정기예금 이자를 함께 주는 상품이다. 스왑 거래 환헤지 이익은 미국 기준금리(현재 연 2~2.25%)가 한국 기준금리(연 1.5%)보다 클 때 나오는데, 현재 그 차이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출시 반년 만인 현재 판매액 1억3200만달러(약 1488억원)를 기록했다.
보통 연초가 되면 잘 팔리는 목표 달성형 금융상품이 올해는 특이하게 1년 내내 인기 많은 스테디셀러로 떠올랐다.
트렌드를 주도한 것은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이다. 첫 주에 1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중 하나를 납입금으로 선택하면 둘째주에는 두 배, 셋째주에는 세 배를 입금하는 식으로 매주 납입액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입금에 성공하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하나씩 쌓이고 '내가 이렇게 저축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할 수 있게 한 덕택에 카카오 캐릭터와 SNS 활용을 즐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난 6월 출시한 지 다섯 달 만에 59만계좌가 개설됐다.
지난 19일 신한은행이 출시한 '쏠편한 작심삼일 적금'은 가입할 때 최대 3개 요일을 정해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데, 요일 수가 늘어날수록 0.1%포인트씩 우대금리를 얹어 준다. 최소 1년이 만기인 일반 적금과 달리 만기를 6개월로 축소해 부담은 줄이고 적금을 유지하는 날짜에 맞춰 직장인 애환을 다룬 웹툰을 하나씩 추가해 재미 요소를 더했다. 그 결과 출시 일주일 만에 2만계좌 넘게 만들어졌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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