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무이자할부·캐시백·연회비…소비자 혜택 확 줄어든다
입력 2018-11-26 17:48  | 수정 2018-11-26 23:40
26일 정부가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위원장(우리카 드 노조지부장 오른쪽)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관계자에게 저지를 당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카드수수료 개편 ◆
# 30대 직장인 A씨는 매년 휴가철마다 항공권을 5만원가량 저렴하게 구입한다. 소지하고 있는 카드로 예약하면 2% 정도 싸게 표를 예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 중 하나다.
# 50대 주부 B씨는 홈쇼핑 마니아다. 홈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마다 신용카드 할인혜택을 적극 활용한다. B씨는 "매번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3만~5만원씩 아낄 수 있어서 내게는 신용카드 할인서비스가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A씨와 B씨는 이 같은 할인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26일 당정합의를 통해 발표된 카드 수수료 개편 때문이다. 당정은 카드회사 수수료 수입을 연간 8000억원씩 축소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업계 당기순이익은 1조2268억원이다. 모 신용카드사 사장은 "정해져 있는 수익구조에서 수수료로 버는 돈이 줄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가장 먼저 줄일 부분은 카드에 탑재된 마케팅 비용이다. 크게 무이자 할부, 캐시백,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사은품 등 5개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홈쇼핑이나 항공권 예약 때 카드별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이라며 "이런 부분들은 회사별 사정에 따라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이자 할부의 경우 기존 3~6개월 무이자 같은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 30만원을 결제했다면, 앞으로는 할부 없이 구매를 하든가 2~3%의 할부 이자를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개별 소비자의 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별로 제공하는 영화 티켓, 커피전문점 할인 혜택도 앞으로 누릴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대형마트의 마케팅 혜택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가 대형 가맹점에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포인트 비용 대납 등 서비스를 해당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연말 사은품 행사 등이 영향을 받는다.
금감원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총 3조2459억원 중 부가서비스 비용은 75%(2조4185억원)에 육박한다. 무이자 할부 비용의 경우 1878억원을 차지한다.
금융 당국도 카드사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 과다지출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부가서비스에 상응하는 적정 연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번 개편안에 담겼다. 아울러 법인카드의 연회비 면제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또 신규 카드상품을 출시할 때도 해당 카드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수익에 상응하는 혜택만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간 카드사들이 지불하는 마케팅 비용은 6조원이 넘는다"며 "이에 비해 연회비로 걷는 돈은 8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예산을 줄이면서 가맹점별로 비용을 개별 부과해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만들고, 소비자로부터 비용을 더 많이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환영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수료 인하폭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계산과 달리 500억원 이하 구간 수수료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자체 계산 결과 실제로는 1조6000억~1조7000억원 상당의 수수료가 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의 요구대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기존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도 축소하게 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금융위는 '카드업계 경쟁력 강화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내년 1월까지 관련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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