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가보다 10억 `껑충`…현실된 개포 로또
입력 2018-11-25 17:35  | 수정 2018-11-25 23:18
1980년대 초 서민 주거를 위해 조성된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36년 만에 처음으로 이달 말 재건축이 완공돼 입주하는 단지가 나온다. 정부 9·13 부동산 종합대책 등으로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도 분양가 대비 수억 원씩 가격이 올라 곧이어 입주하는 다른 개포 일대 재건축 단지 시세 형성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원현대사원아파트를 재건축해 올린 '래미안 루체하임'은 이미 사전 점검을 마무리하고 입주 준비를 끝냈다. 2016년 분양한 이 아파트는 초기 분양가보다 현재 시세가 7억원 이상 올라 '강남 아파트 분양은 로또'임을 증명했다.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59㎡ 분양가는 9억원대였는데, 현재 매매가격은 17억원대다. 121㎡ 대형도 분양가 대비 10억원이 올라 지난 13일 27억6000만원에 실제 거래가 성사됐다.
850가구로 단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이 지역 최초의 새 아파트 입주라는 점과 인근에 중동중·고가 있어 학군이 좋고, 삼성서울병원 등이 인접한 장점이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가 임박한 시점이라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없이 소강 상태인데 어쩌다 거래되는 가격 자체가 계속 오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포지구에선 올해 말 래미안 루체하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연속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1957가구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내년 초 입주를 시작하고,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인 1320가구 규모 '디에이치아너힐즈'도 내년 8월 집들이를 한다. 이 밖에도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2296가구)가 2020년 9월, 올해 분양해 화제를 모은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1996가구)가 2021년 7월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재건축 절차를 모두 마치고 철거와 분양만 남은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개포그랑자이'와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등을 논외로 하더라도 1만가구에 가까운 새집이 3년 내 개포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 것이다. 어지간한 미니 신도시 하나 규모다.
올해 '로또 바람'을 일으켰던 디에이치자이 청약에 이어 개포지구 일대 입주가 착착 진행되면 그간 막연했던 '개포 로또'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루체하임이 2~3년 전 분양했던 가격보다 이미 7억원 이상 분양권·입주권 시세가 상승해 다른 단지도 최소 루체하임보다 높게 가격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입주가 몰리면서 역전세난 조짐도 일고 있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를 취재한 결과 모두 전세 세입자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1만가구 입주가 임박했고 루체하임은 재건축 규제 강화 전 분양을 마쳐 집주인들 다수가 끼고 있는 대출이 큰 데다 입주 전 분양가의 30% 잔금을 납부해야 해 세입자 찾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일원동 소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춰 내놓은 매물도 있을 정도로 세입자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셋값이 대부분 분양가를 넘어 입주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내년 개포 저층 주공아파트 입주의 시작은 2단지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3단지 디에이치아너힐즈가 끊는다. 두 단지 모두 1000가구가 훌쩍 넘는 대규모 단지인 데다 입지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 8월 16억3900만원에 거래돼 7억원 가까이 상승했고, 전용 126㎡는 27억7900만원에 팔려나갔다. 현재 전용 126㎡ 호가는 30억원을 넘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과거 개포지구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좀 떨어지고 소평형 위주 아파트라는 이유로 저평가됐는데 이제 다양한 평형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고 대모산 개포공원 등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