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개발한 슈퍼박테리아용 치료제가 결국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 국내 출시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보건당국 승인을 받고도 장기간 약을 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다음달 1일부터 국내 제약사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슈퍼박테리아용 항생제 '시벡스트로' 주사제를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26일까지 복지부에 이견이 제출되지 않으면 보험 급여 삭제안은 확정된다.
시벡스트로가 건보삭제 대상이 된 것은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서도 2년 넘게 약이 출시되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시벡스트로는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감염에 사용하는 항생제로 동아에스티가 개발해 지난 2007년 미국 트리어스 테라퓨틱스(현 미국 머크)에 기술이전됐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거쳐 2015년 국내에서도 신약 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시벡스트로가 이미 미국에서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피부 감염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고 국내 판매허가도 받았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까지도 없다. 약값 때문이다. 시벡스트로 주사제 국내 가격은 12만8230원으로 책정돼 지난 4월 현재 미국 현지 가격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약가로는 출시해봤자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약을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적절한 약가를 보상해주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환자 치료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항생제 내성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질환이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셈이다. 실제로 대한항균요법학회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 인구 1000명당 하루에 항생제를 처방받는 사람 수는 34.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인 21.1명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당 15.9명에서 2013년 24.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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