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더라도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도와 17년간 애플의 광고마케팅을 이끌고 'i' 시리즈 탄생에 기여한 켄 시걸 전 애플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잡스는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에게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조언했다.
고객 경험 비즈니스는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개별 고객의 특성, 선호, 취향, 구매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인화된 경험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포레스터컨설팅이 최근 아태지역 기업 1269곳을 대상으로 경험 비즈니스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 한 '고객 경험의 비즈니스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경험에 투자하는 기업의 매출 성장률은 23%로 투자하지 않은 기업(1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객 경험 투자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만 장기적으로 2배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경험 비즈니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처럼 고객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은 최근 콘텐츠와 플랫폼 전반에 걸쳐 개인화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환자, 교수진, 학생 및 의료전문가 등 개별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의료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연세의료원은 사용자 그룹과 그룹별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에 걸쳐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AI와 음성인식 기술을 결합한 기술을 고객 경험 제공에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통해 매장에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기반 대화형 챗봇 기능이 집약된 페퍼는 수입식품 코너에 서성이는 고객에겐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질문을 건네고 고객 답변에 따라 요리에 필요한 소스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도 AI 채팅 로봇 '로사'를 운영하며 고객에게 개인화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로사는 롯데백화점 스마트폰 앱에서 고객과 채팅을 주고받으며 상품을 추천하고 매장 안내를 돕는다. 'AI 딥러닝 추천 엔진'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 등 100여가지 특징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금융권은 디지털상에서의 고객 경험 전달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초맞춤형 서비스의 구현'이라는 디지털 전환 최종 목표아래 통합 플랫폼 '쏠(SOL)' 앱을 통해 고객이 회원 가입, 계좌 개설, 지인에게 적금 선물 등의 금융 서비스를 2분 30초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쏠 앱을 통해 '쏠편한 입출금통장', '쏠편한 저금통 서비스' 등 고객 관점에서 디지털 금융을 재정립한 신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의 라이브러리를 서울에서 운영하며 고객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로열티를 높일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티브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AI, AR, 빅데이터, IoT 등 데이터와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야 경험 비즈니스를 꽃 피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사진 제공 = 이마트]
로레알은 페이스북과 협력해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YX, 어반디케이, 랑콤, 앱생로랑 등의 브랜드 소비자는 모바일 화면에서 구현되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간편하게 다양한 립스틱과 아이섀도 색상을 시도해 볼 수 있다.도요타는 다쏘시스템과 협력해 소비자가 차량의 계기판, 시트, 휠, 백미러 등의 옵션을 주문 전 단계부터 디지털 환경으로 실제와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유럽에서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가격 책정 및 예약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 호스트에겐 숙박 가격을 추천하고 소비자에게 숙박 예약 가능성과 최적화된 가격 등을 제공해 예약률과 매출을 높이고 있다.
공간 마케팅도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사옥 2층을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라는 공간을 통해 본사의 70여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고, 본사에는 '아모레스토어'가 마련돼 있어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전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신발 전문 매장인 ABC마트는 '그랜드스테이지 강남본점'을 통해 문화와 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매주 인기 브랜드와 협업, 스페셜한 아이템을 단독으로 선포이고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기영 한국어도비 대표는 "경험 비즈니스 시대에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몰입도가 높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든 고객 접점에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고객 경험을 비즈니스 전략의 중심에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파이퍼 가트너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 경우 다양한 기기와 채널에서 고객 참여의 사일로가 발생되지 않도록 유연하고 민첩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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