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작년 12월을 생각하면 화가 나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당시 A 씨는 충북 충주의 한 임대 아파트를 보증금 2천500만원에 전세 계약했습니다.
A 씨는 집주인으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부동산 중개업자 B(69) 씨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B 씨는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오랫동안 임대 아파트 계약 업무를 해 믿을만하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A 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B 씨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바로 건넸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B 씨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가 아닌 월세 임대 계약권만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부랴부랴 B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미 잠적한 뒤였습니다.
전세금을 날릴 처지에 놓인 건 A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최근 구속된 B 씨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세입자 등 21명으로부터 전세금 6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월세를 전세로 속이고 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전·월세 이중계약'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도봉경찰서는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C(48) 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C 씨는 2011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빌린 자격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며 고객 14명을 속여 10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C 씨 역시 임대인이 월세를 놓은 부동산을 임차인에게 전세라고 속여 보증금을 중간에서 가로챘습니다.
비슷한 기간 부산에선 오피스텔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이 22명으로부터 8억7천여만원을 가져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관계자는 "전·월세 이중 사기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민들은 전·월세 시장을 맴돌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웁니다.
통계청의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11월 1일 기준 무주택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44.5%인 867만4천 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주택시장의 전·월세 가격은 무주택가구의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과 좋은 입지를 가진 부동산 매물이 나오면 쉽게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계약을 하려고 꼼꼼히 살피지 않고 서둘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소중한 자산을 사기로 날리지 않으려면 계약 단계부터 관련 내용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권대준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시장에서 너무 낮은 가격에 임대가 나왔거나 입지 조건이 좋은 물건은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리인보다는 등기부 등본에 있는 실소유자와 만나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미등록 부동산 중개업소의 사기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식 협회에 등록이 돼 있는지도 계약 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