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설의 증권맨` 유상호, 박수칠때 물러난다
입력 2018-11-23 17:25  | 수정 2018-11-23 19:16
12년간 한국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유상호 사장이 최전성기에 후배 정일문 부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고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유 사장은 '최연소·최장수 CEO, 초대형 IB 출범' 등 증권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고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게 된다. 23일 한국금융지주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조직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어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정일문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올해가 변화를 모색할 적기라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는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짜여 있는 지주와 각 계열사의 조직력과 시너지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최연소 CEO이자 최장수 CEO인 유 사장은 2007년 48세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부임해 사상 최대 실적, 초대형 IB 인가, 발행어음 사업 진출,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신설이라는 굵직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취임 첫해 1조7900억원에 그친 자기자본은 지난해 4조원대로 늘어났다. 재작년 초대형 IB로 선정돼 작년 11월 발행어음 사업도 선점했다. 3분기 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판매량은 3조4500억원으로 올해 말 4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해외 영업에 잔뼈가 굵어 '전설의 제임스'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유 사장은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려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현지법인 'KIS 베트남'을 설립해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베트남 7위 증권사로 키웠으며 올 6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만들어 11위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3분기 증시 불황으로 타 증권사들의 실적이 꺾이는 와중에서도 다변화한 사업구조 덕분에 글로벌 IB와 비슷한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 12%대를 지켜왔다. 압도적인 실적 덕에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점쳤으나 한국금융지주는 변화를 위해 세대교체라는 용단을 내렸다. 유 사장은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실적이 기대되는 지금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올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재임 기간 업계 최고인 138개 기업을 상장시키고 한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의 신입직원을 채용한 것이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IB그룹 본부장과 개인고객그룹 본부장을 역임했던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가면서 한국투자증권의 IB와 WM(고객자산관리)부문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사장은 28년을 IB부문에서 일한 한국투자증권의 독보적인 'IB맨'이자 국내 최고의 기업공개(IPO) 실력자다. 증권계에서는 드물게 한 회사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다. 1988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입사해 사원에서부터 사장까지 오르게 된다. 2016년 개인고객 그룹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프리IPO펀드, 공모형 부동산펀드 등을 성공시켰다. 1963년생인 정 부사장은 광주진흥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았다. 1988년 동원증권 입사 후 ECM부 상무,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편 한국금융지주는 이번 인사에서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이강행 부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승진시킬 방침이다.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전무를 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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