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오늘(23일) 오전 9시10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출석해 "법원행정처의 행위로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을 포함해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했고 재판부에 복귀한 뒤 지난 8월 퇴임했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과 공모해 부산 법조비리 사건 무마 의혹과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에 관여한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 조사도 이런 혐의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행정처는 2016년 9월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가 자신에게 향응과 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정 모 씨의 뇌물사건 항소심 재판 정보를 유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의혹 확산을 막고자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이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전화해 문건에 담긴 취지의 요구사항을 전했고, 이후 재판은 행정처 문건대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와 정 씨,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친분을 이용해 상고법원 설치에 협조를 얻어내고자 문 전 판사의 비위를 덮으려 일선 재판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일선 법원에 내려보낸 혐의도 받습니다.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4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사건의 주심을 맡아 사건 심리를 고용노동부 측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습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이 잇달아 검찰에 불려 나옴에 따라 다음 조사 대상이 되는 수뇌부 인사는 양 전 대법원장만 남게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