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21일 뉴스초점-'탁상행정' 청년실업대책
입력 2018-11-21 20:10  | 수정 2018-11-21 21:03
'운전병으로 제대한 전역자에게 버스 기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올 3월 정부가 내놓은 '청년 장병 취업 활성화 대책'입니다. 운전을 경험한, 운전을 잘하는 젊은이들에게 참 좋은 일자리 소식일 거 같은데 실제 그랬을까요. 그리고 구인난에 시달리는 버스업계에도 도움이 됐을까요.

대책 발표 후 7개월이 지난 뒤 성적표입니다. 10월 말까지 버스회사에 취업한 군 운전 경력 인력은 모두 26명, 연말까지 목표 예상치 1,200명의 2%밖에 안 됩니다. 정부 대책을 믿고 제대 장병 80명을 채용하려고 채용공고까지 냈는데, 3개월 후 달랑 1명이 찾아온 고속버스업체도 있습니다. 이 한 명마저도 처우와 업무방식을 들은 뒤, '다음에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소식이 없답니다.

요즘 2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 운수업은 인기 있는 일자리가 아닙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30대 운수업체 종사자는 전체의 5.9%에 불과합니다. 전역을 앞둔 장병들도 마찬가지죠. 강원도 한 부대의 취업 설명회에서는 '전역 후, 버스 기사 취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장병이 무려 90%였습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29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1년에 두 번꼴로 발표됐습니다. '글로벌 취업 지원', '청년 인턴제', '중소기업 취업 지원' 등등. 상당수는 새로울 게 없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책들입니다.

애초부터 20대 초중반 장병들, 그리고 청년들과는 거리가 먼 일자리 정책이었는데, 정책을 만들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또 현장을 찾았더라면 이런 '빈틈'이 생기진 않았겠지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청년들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정책. 책상머리가 아닌, 노동의 현장에서 정책의 문제점과 답을 찾을 땝니다. 더 늦기 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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