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눈높이를 다소 낮춘 모습이다. 작년 이맘 때 코스피 3000선 돌파와 같은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8개사의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비교한 결과 최저치는 1850선, 최고치는 2530선이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투자 1850~2350 ▲메리츠종금증권 1900~2400 ▲하나금융투자 1900~2400 ▲대신증권 1900~2300 ▲KB증권 1900~2370 ▲NH투자증권 1950~2400 ▲삼성증권 1950~2360 ▲SK증권 2010~2530 등이다.
최저치인 1850선은 신한금융투자에서 제시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으로 올해 불확실성 지수가 급등하며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 기업 매출의 선행 지표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나 수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한국 수출 증가율은 올해 6% 내외에서 내년 2~3%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 매출 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마진 개선을 이끌었던 국내 반도체 업종이 내년 상반기까지 마진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짧으면 올해 연말, 길면 내년 1분기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미중간 패권 경쟁 지속 등 경계 요인이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겠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자사주 매입, 배당성향 상승 등으로 기회 요인이 부각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KB증권은 내년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모두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감속 성장의 갈림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나홀로 호황을 보였던 미국 경제는 중국과의 무역분쟁 속에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역시 무역분쟁의 여파가 내년 1분기에 집중돼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 6%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의 경우 내년 GDP 성장률을 연간 2.4%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2.7% 하회하는 수준이며 지난 2012년 2.3% 성장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2019년 상반기 성장 둔화의 배경은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이다. 국내 경기 사이클을 보여주는 경기종합지수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기준치를 하회하면서 향후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생산활동 부진과 신규 고용 축소, 소비심리 하락, 장단기 금리차 축소 등으로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실물경기는 둔화될 전망이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성장 둔화의 배경은 내수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라며 "국내 경기 사이클을 보여주는 경기종합지수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기준치를 하회하면서 향후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활동 부진과 신규 고용 축소, 소비심리 하락, 장단기 금리차 축소 등으로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실물경기는 둔화될 전망이다"이라며 "경기는 상저하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들이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내년 증시를 주도할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통신과 미디어 관련 종목이 내년 주도주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신주의 경우 5G 상용화가 구체화되고 있어 지금 적극 매수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가 IoT(사물인터넷) 인프라로 성공적으로 진화한다면 추가적인 높은 주가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며 "(5G 네트워크만을 쓰는) '5G 단독표준(SA)'으로의 성공적인 진화를 고려하지 않고도 현재 수준에서 향후 2년간 100% 이상의 통신사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지만 성공적인 SA로의 안착이 이루어진다면 높은 이익 성장과 더불어 최근 10년 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통신사 멀티플 형성도 가능하리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내년 실적이 상향된 종목에 미디어, 소프트웨어 등 성장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리뷰와 함께 내년에 눈높이의 변화가 일어난 종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3분기 실적발표 이후 내년도 이익추정 변화를 점검한 결과 하향된 종목이 대부분이지만 상향된 종목에는 미디어, 소프트웨어 등 성장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시장이 '가치함정(value trap)'에 빠진 환경에서는, 업종 방향성 투자는 자제하고 테마별 접근이 필요하다"며 "구조적 성장주(삼성SDI), 실적 턴어라운드주(현대중공업), 금리상승 수혜주(삼성화재), 밸류에이션 저평가주(롯데쇼핑, 삼성전자), 가치주와 고배당주(SK텔레콤), 개별 재료 보유주(SK이노베이션)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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