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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4번째 우승…초라해지는 LG와 롯데
입력 2018-11-17 06:47 
지난해 6월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열렸다. 연장 12회초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정이 넘어가고 있다. 7년 만의 무박2일 경기였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SK는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 시절 이후 첫 우승이다.
특히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차지한 역대 프로야구 5번째 우승이었다. 마치 역전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와 승차가 14.5경기 차였다. 역대 최약체 2위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부터 명승부를 펼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에 4승2패를 거뒀다.
SK는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2000년 창단 이후 거둔 성과다. 창단 3년 만인 2003년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4회, 준우승 4회를 거뒀다. 빠르게 KBO리그의 명문 구단으로 진입한 것이다.
반면 전통의 명문팀이라 불리면서도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팀들도 있다. 바로 KBO리그의 대표적인 빅마켓 구단인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다. 두 팀 모두 1982년 프로 원년부터(LG는 전신 MBC청룡시절 포함) 리그에 참여했다. LG와 롯데 모두 한국시리즈는 두 차례 우승했다. LG는 1990년 1994년, 롯데는 1984년 1992년이었다. 한국시리즈 진출 횟수는 LG가 6차례, 롯데가 4차례다. LG는 전신인 MBC 시절인 1983년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1990년, 1994년 우승을 한 뒤 1997~1998년, 2002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롯데는 첫 한국시리즈였던 1984년 고 최동원의 4승 역투에 힘입어 첫 우승을 차지했고, 두 번째인 1992년에도 정규시즌 1위팀 빙그레 이글스를 누르고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1995, 19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따지고 보면 롯데의 경우 SK가 창단한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 문턱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LG도 2002년 한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각각 서울과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고, 팬들도 많은 팀들이지만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LG의 경우에는 이번 SK 우승의 주역인 강승호와 정의윤을 보면 속이 더 쓰리다. 일명 ‘탈LG효과로 불리는 LG출신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탈LG효과란 LG 소속일 때는 존재감이 없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 뒤 펄펄 날아다니는 경우를 가리킨다. 강승호는 올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7월31일 우완 문광은과 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SK에서는 성공한 트레이드가 된 셈이다.
또 두 팀이 벌이는 시리즈를 ‘엘롯라시코라고 한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의 대표 명문팀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인 ‘엘클라시코에 빗댄 것이지만 조롱에 가깝다. 두 팀이 붙으면 이상하게 경기 시간도 길어지고, 수준 이하의 플레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동원 관중이 많다는 점은 엘클라시코와 비슷한 부분이다.

이렇듯 프로 원년부터 활약 중인 전통의 두 팀은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면 SK나 두산, 최근 들어 젊은 선수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 대부분은 시스템을 들고 있다. 최근 들어 계속 상위권에 위치한 팀들은 뚜렷한 색깔과 시스템, 또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오래 전부터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던 팀이다. 탄탄한 수비는 두산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SK도 왕조 시절 이후, SK 고유의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힘써왔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군단으로 자리잡으며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했다. 히어로즈도 과거 목동시절 홈런군단이라는 확실한 색깔이 있었고, 고척돔으로 옮겨서는 스피디한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젊다는 이미지도 히어로즈를 대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LG나 롯데나 모기업 눈치를 많이 보고, 프런트의 현장 간섭이 많았던 팀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하다보니 선수들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또 성적에 따라 감독이 자주 바뀌고, 그룹에서 프런트 수뇌부가 파견되는 경우가 많아 야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어찌보면 두 팀은 깊은 성찰부터 해야 한다. 윈나우를 외칠 게 아니라, 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시리즈 문턱조차 밟지 못했는지 말이다. 2019시즌에는 LG와 롯데가 정상에 가까운 고품격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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