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일부 용선 선박에 용선료를 시가의 2배 이상을 내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신조선박 건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 복원이 목적인 정부 지원으로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외형 확장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14일 글로벌 해운 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에 5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을 빌려준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 캐피탈프로덕트파트너스는 선박에 탈황설비(스크러버)를 달아주기로 하고 하루 용선료를 척당 4900달러씩 올려 받기로 했다. 오는 2020년부터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비싼 용선료다. 현대상선은 해운 경기가 활황이던 지난 2011년 해당 선박들을 하루 2만9350달러를 주고 빌리기로 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2만3480달러로 조정했다. 이번에 탈황설비를 달기로 하고 올려주는 비용을 합하면 2만8380달러를 내야 한다. 또 용선료 조정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는 하루 용선료가 3만4250달러로 치솟게 된다.
당장 현대상선이 내야 할 하루 2만8380달러는 동급 컨테이너선 용선료의 올해 평균보다 150% 가량 비싸다. 머스크브로커가 집계한 4000~5400TEU급 컨테이너선 용선료의 올해 평균치는 하루당 1만1331달러다.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할 예정인 지난 3분기 실적에서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느리게나마 회복하는 해운 시황에 글로벌 선사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현대상선이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이유가 비싼 용선료에 있었던 셈이다. 현대상선 측은 지금까지 용선료 계약 사항은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알파라이너를 통해 알려진 용선료 수준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신조 선박 건설에 나설 때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으로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지나치게 높은 용선료 계약을 해결하고 수익성을 회복한 다음에 규모를 늘리는 게 순서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9월 28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모두 20척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3조1532억원에 달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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