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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일상을 영화로 만들다
입력 2018-11-13 18:10  | 수정 2018-11-13 18:14
장률 감독이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의 제목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제공|트리플픽쳐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아시아 대표 시네아스트 장률(46) 감독이 11번째 영화 ‘군산으로 2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 박해일 문소리가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은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은 군산으로 여행을 떠난 남녀가 그곳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과의 소소한 사건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군산에는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부제가 붙는다. 장률 감독은 ‘이리 ‘두만강 ‘풍경 ‘이방인들 ‘경주 ‘춘몽 등 짧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는 영화를 찍고 제목 고민을 많이 하는 쪽이다. 한 번도 멋있는 제목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번엔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시가 중요해서 제목으로 정했다. 그런데 관객을 만나려면 극장에 가야 된다. 투자사와 배급사랑 상의를 하는데 ‘거위를 노래하다도 좋지만 군산이라는 공간이 잘 나왔으니 두 제목을 같이 가자고 하더라. 다른 사람 돈 받고 만들었으니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앞에 ‘경주가 있었고 크게 이상하지 않고 나쁘지 않아서 지금의 제목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의외의 말을 건넨 그는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은 대부분 지인의 이름”이라며 스태프들의 이름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장률 감독이 '군산'이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제공|트리플픽쳐스

‘군산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영화는 사실을 찍는게 아니고 기억을 찍는다. 기억은 자신 만의 순서가 있다”며 두 남녀는 군산에 더 잘해보려고 갔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면 군산에 온 기억을 먼저 떠올릴 거다. 그리고 군산에 오기까지의 과정도 생각날 거다. 기억의 순서대로 한 거다. 일상의 기억도 순서대로 가는 것 같지만 거의 그렇지가 않다”고 밝혔다.
재중 동포이기도 한 장률 감독은 조선족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일상에 보이는 것을 넣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조선족을 이야기하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그 관점은 각자 다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관점으로 보고 싸운다. 그러다보면 배제 되어버린다. 일상에서 불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외면하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군산에서 송현(문소리 분)은 조선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조선족으로 오해받자 불쾌해한다. 윤영(박해일 분) 역시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조선족에 관심도 없다가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과 연관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관심을 가진다. 장률 감독은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이고 모순된 감정을 영화 안에 담았다. 그는 관점으로 대립하면 갈라진다. 일상에서 소통하면 화합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장률 감독은 일상의 모습을 영화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제공|트리플픽쳐스

극중 윤영은 일본식 건물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송현에게 윤동주 시인이 일본의 형무소에서 죽은 사실을 언급하며 핀잔을 준다. 이를 두고 장률 감독은 일본 라면을 좋아하고 옛날 건물에 향수를 느끼지만, 트집 잡을 때는 트집 잡는다. 그게 일상이다. 한일 역사의 관점에서는 아픈 역사가 있다. 당연히 계속 생각해야 하고 한국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다만 일상의 소통은 있어야 한다. 영화 ‘경주에서도 일본 사람이 침략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게 일상의 소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문화에 대한 호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역사대로 따질 거 따지고 반성해야 될 건 반성해야 된다. 그것도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경주가 일본에서 상영될 때도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됐다. 그런데 사과하는 장면에서 다들 빵 터지더라. 보통 사람들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용기 있게 이야기해야 된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장률 감독은 ‘일상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상을 외면하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일상의 모습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자평한 장률 감독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사는 사람을 동경했고, 일상의 리듬을 영화 안에 녹여내고자 했다.
소설가에서 영화 감독으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장률 감독. 그는 이야기하는 사람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농을 던지며 (감독은) 갑자기 그만둘 수도 있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의 일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감독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일상을 잊어버리지 말자고 생각한다”며 사람의 감정이 있고, 그 감정에 도달하는 유일한, 만드는 방식은 영화”라고 밝혔다.(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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