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내년 車·유통, 실적회복돼도 수익성 부진"
입력 2018-11-13 17:44  | 수정 2018-11-13 20:00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여부가 한국 자동차 산업 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단 내년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올해 대비 실적이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수익성 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수익성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공고한 펀더멘털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놨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평가담당 총괄이사는 13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진행된 '무디스-한국신용평가 공동주최 2019 한국신용전망 콘퍼런스 미디어브리핑'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비금융 기업들의 2019년 전망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한 박 이사는 "자동차 및 유통업체는 소폭의 실적 회복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절대적 수준에서는 부진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유통 산업 부문의 부진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무디스는 자신들이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한국 비금융 기업들이 재무 레버리지를 토대로 2019년 대체로 안정적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이사는 "대부분 기업이 비교적 양호한 영업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현금흐름 대비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자·반도체·철강·화학 산업과 관련해 박 이사는 "2019년 소폭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비교적 견조한 수준의 수익성이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 전망이 내년에는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정도 성장 규모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에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담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변수로는 '인구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재정 적자·국가 채무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크리스티안 디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이사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령화로 비용 증가와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국내 은행과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민얀 리우 무디스 금융사평가담당 총괄 이사는 "한국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기업 여신 제공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은행들 유동성 상황도 양호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있어서 영업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시중은행'에 국한된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현조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장은 "지방은행은 현재 재무건전성이 악화 추세"라며 "시중은행과 손실완충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 신용등급의 경우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23개 비금융 민간기업 중 5개사에 '부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됐고, 1개사는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나머지 17개사에 대해서는 '안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됐다.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5개사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SK텔레콤이다. 박 이사는 "자동차 업계는 실적이 저하됐고, 향후 개선이 쉽지 않은 부분을 감안했다"며 "SK텔레콤은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과 더불어 수익성이 악화된 부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인 곳은 KCC다. 무디스는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회사 신용도와 재무 레버리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디스는 국내 자금 조달 환경의 경우 금리 인상 및 글로벌 금융 여건의 긴장 속에서도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에는 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자·반도체·정유·화학 기업의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 및 주주 환원 확대는 우수한 영업현금흐름 창출 능력으로 대부분 흡수 가능하지만 이들 기업의 재무적 완충력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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