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절차 종결 선언을 사흘여 앞두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 과거 쟁점에 대한 의혹 제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 의혹에 연루된 주요 관련자들이 수년 전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여서 이를 뒤집고 다시 문제 삼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은행법으로 금지돼 있었지만 당시 김진표 재경경제부 장관,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등 정부 고위 관료와 론스타 측 법률자문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이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이를 어기고 저가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등 4조7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덧붙였다. 또 "그럼에도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ISD를 제기한 것은 심각한 국세 유출 사건"이라고 했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금융회사 지분의 4% 이상을 매수할 수 없었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로 한다'는 은행법 시행령 8조 2항을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그러자 정부 고위 인사뿐 아니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제중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이미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이 의혹을 다시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 의혹은) 이번 ISD의 핵심 쟁점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그 해 12월 중수부는 "최소 3444억원, 최대 8252억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며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 이 전 부행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은 이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장관과 이 전 부총리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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