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우승 이끈 外人…힐만 감독이 던진 ‘존중’의 의미 [SK V4]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SK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외국인 사령탑 최초로 우승 감독이 됐다. 더구나 힐만 감독은 먼저 재계약을 포기했기에,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고별 무대였던 것이다.
작별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SK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3회 혈투 끝에 5-4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SK는 4승2패로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다. 2010년 이후 8년만에 거둔 짜릿한 우승이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갔고, 5차전에서도 연장 혈투 끝에 김강민(동점)-한동민(역전) 백투백 홈런이 나오면서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14.5경기 차가 나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연출하며 다시 우승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힐만 감독의 뛰어난 전략이 빛을 발했다.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도 힐만 감독은 뛰어났지만, 특히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했다. 힐만 감독이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respect(존중)이다. SK에 부임할 때부터 힐만 감독은 존중을 강조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 중에도 힐만 감독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뜻을 여러 번 표했다. 플레이오프 혈투의 상대였던 넥센과의 5차전이 끝난 뒤에도 정말 최선을 다해 싸워준 넥센에 고맙고 존경스럽다”라는 말을 남겼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서는 두산은 훌륭한 상대이고, 이런 상대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존중을 강조하니 선수들이나 프런트 직원들 사이에서 힐만 감독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힐만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한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해는 배우 김보성씨로 분장해 의리!”를 외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팬들이 즐거우면 뭔들 못하겠냐는 주의였다. 에이스 김광현은 힐만 감독과 함께 소아함 환우들용 가발을 제작하기 위한 모발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배려가 세심한 분이다. 선수 위주로 맞춰주신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존중 속에서 지도력이 발휘된 측면도 컸다. 주장 이재원은 무서운 점도 있으신 분이다”라며 따로 감독님이 캡틴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려주셔서 많이 배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앞서 선수들은 재계약 하지 않고 떠나는 사령탑을 위해 꼭 우승을 선물로 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는 현실이 됐고, 힐만 감독은 가을에 새긴 존중의 의미를 한국 야구에 던졌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