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리종혁 부위원장과 김성혜 실장 등 북측 인사 7명의 방남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측의 대남분야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리종혁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7명이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고양시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오후 방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남할 예정이다.
백 대변인은 "오늘(12일) 통일부는 이들의 우리 측 방문을 승인했고 기간은 14일부터 17일"이라며 "이 대회는 지자체 및 민간단체 차원의 행사인 만큼 당국 간 접촉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 대변인은 이들 북측 인사의 방남 기간 중 남북 당국자 간 접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예단해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북측 노동당 통일전선부 핵심 인사들인 이들과의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어떤 식으로든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김성혜 실장은 남북관계를 물론 미·북 비핵화 후속대화를 진두지휘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해 대미협상의 핵심 실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길에 동행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고위급회담에도 참여했다.
북측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겸직하며 의원외교에도 나서고 있는 리종혁 부위원장은 한국 측 문희상 국회의장 등을 만나 남북 국회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리종혁 부위원장은 지난달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해 문희상 의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밖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평화부지사 등도 북측 인사들과 따로 만나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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