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자체 금고 출연금 놓고 지방銀-대형銀 정면충돌
입력 2018-11-11 17:29  | 수정 2018-11-12 06:52
시중은행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쟁탈전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수도권에서 막대한 이자 이익을 낸 대형 은행이 무리한 출연금을 앞세워 금고 운영권을 따내고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11일 은행권과 각 지자체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KB국민은행을 1금고 운영기관으로 선정한 광주광역시 광산구를 상대로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논란은 은행별로 지자체에 제시한 '출연금'과 '예금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더 커졌다. 지자체 금고 선정 평가에서 은행 출연금은 100점 만점 중 불과 4~5점을 차지하지만 다른 항목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금 여력이 있는 은행은 출연금과 금리로 승부를 보려 한다. 광산구에서는 국민은행이 농협은행에 비해 3배가 넘는 거액의 출연금과 2%대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제시한 게 당락을 갈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농협은행이 제시한 수준은 총 21억원과 연 1.58%였다. 반면 국민은행은 기부금·협력사업비는 총 64억4000만원, 금리는 연 2.12%를 제안했다.
광주 남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지역 텃밭에서 2금고를 맡아온 광주은행이 지난달 25일 국민은행에 운영권을 넘겨줬다. 23년 만이다. 이곳 출연금 역시 광주은행은 3억원, 국민은행은 25억원으로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말 KEB하나은행이 선정된 순천시금고를 상대로도 금고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당초 거액의 출연금을 제안하며 2금고 운영권을 낙찰받은 국민은행이 막상 약정 때는 액수를 깎아 재심 등을 놓고 구설에 올랐다. 입찰에서 탈락한 신한은행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출연금 130억원을 제안했다가 1금고에 농협은행이 선정되고 소규모인 2금고를 맡게 되자 청주시와 협의해 액수를 36억원으로 조정했다.

금고 유치 경쟁과 갈등은 최근 대형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잡음이 커졌다. 국민·신한은행은 올해 조직 개편에서 기관영업부를 '본부'로 격상해 중요도를 높였는데, 그만큼 실적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 담당자는 "출연금 적정 규모가 얼마인지 정해진 기준도 없고 은행마다 기준과 가치가 다르다"며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손해를 보며 장사할 리 없기 때문에 대규모 출연금은 곧 다른 분야의 혜택 감축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일반 고객에게 되돌려줘야 할 혜택을 기관영업에 쏟아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고 운영으로 예상되는 매출액 등 근거를 미리 제시하고 사후적으로 비교·감독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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