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한 신분증으로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봐주고 한 번에 수백만원을 받은 조직과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영어 대리시험을 알선하고 시험을 대신 봐준 5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영어 대리시험을 의뢰한 30명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태국에 있는 문서위조 브로커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합성 사진으로 재발급받은 신분증으로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봐주고 한 번에 300만∼500만원을 받았다. 얼굴 합성 애플리케이션으로 의뢰인과 대리시험자 사진을 교묘하게 합성해 위조한 신분증으로 시험 감독관의 의심을 피했다.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취업이나 승진에 필수인 공인 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1억여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돈을 받고 대리시험을 봐준 브로커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중·고등학교, 대학에서 유학한 사람들이다. 시험 의뢰인들이 원하는 점수를 맞춰줄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났으며 대리시험으로 번 돈은 도박 빚이나 생활비 등에 썼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리시험을 의뢰한 사람은 회사원이 가장 많았고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도 있었다. 대기업 취업과 승진이 목적이었다. 대리시험으로 얻은 고득점 영어성적표를 법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과 법무부 산하 기관 공무원도 있었고 대기업 증권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었다.
대리시험 의뢰자 모집은 포털사이트에서 이뤄졌다. '토익, 텝스 등 어학시험 대신 봐 드립니다. 비밀 보장하고 필요한 점수를 맞춰 드립니다'라는 광고성 댓글을게시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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