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00년 전 일본열도 수호성인 된 조선 여성 있다 없다?
입력 2018-11-08 13:19  | 수정 2018-11-08 17:05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줄리아를 매우 사랑해서 그녀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자면 줄리아가 개종해야만 했다. 그러나 줄리아는 독재 군주의 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즉석에서 동정 서원을 했다."(브뤼기에르 주교, <조선천주교회 약사> 중)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한 조선 여성이 당시 절대권력이나 다름없던 도쿠가와를 거부하고 고도(孤島)에 유배됐다.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실화다.
포로였던 그녀는 왜군의 제1군 선봉장이자 크리스천 무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영지로 보내졌고, 고니시의 부인과 모녀처럼 지내다가 서양인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천주교인이 됐다. 세례명은 줄리아. 이후 일본 내전에서 고니시 가문이 패하면서 아예 멸문당했고, 줄리아는 갑자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궁(宮)으로 넘겨졌다.
열도를 통일하고 절대권력이 된 도쿠가와의 궁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는 고귀한 행동과 헌신적인 봉사로 칭송을 받는 지위에까지 오르게 됐다. 도쿠가와에게도 인정을 받아 귀부인처럼 지냈던 그녀는 당시 탄압의 대상이었던 교회를 살리는 일에 자신의 부와 명성, 권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후 그녀가 천주교 신자임이 밝혀지자 도쿠가와는 배교와 자신의 측실이 될 것을 전제로 사면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평생 성모 마리아처럼 동정을 지키겠다는 서원을 했다고 알려졌다. 도쿠가와는 화형이나 참수형 대신 그녀를 고즈시마에 유폐시켰다.

매년 5월 고즈시마에서는 일본의 천주교인과 일반인들이 모여 그녀를 기리는 '줄리아 제(祭)'를 연다. 섬 주민들은 그녀의 무덤에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을 400년째 전해오고 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는 그녀를 기리는 거대한 십자가가 있고, 무덤 앞 광장에는 그녀를 기리는 현창비도 세워졌다. 소설과 논문, 노래, 뮤지컬 등 작품화도 줄을 잇는다.
가난하고 작은 섬에 유폐된 그녀는 어쩌다 일본의 수호성인급으로 추앙받게 됐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일본통인 전직 대기업 홍보담당자였던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안병호 안토니오 작가가 함께 풀어냈다. 최근 그녀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내용까지 담았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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