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유소 헐린 자리에 오피스텔·빌딩 `우뚝`
입력 2018-11-08 04:01 
서울 노른자위 땅에 자리 잡은 주유소들이 최근 잇따라 폐업하고 그 자리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 핵심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 부담에 수익은 내지 못하자 대규모 오피스텔이나 아파트형 공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 북단교차로 바로 앞에 자리 잡은 SK엔크린 합정주유소는 지난 9월 200억원에 팔리면서 내년 폐업을 앞두게 됐다. 대지 722㎡(약 219평)로 평당 1억원 가까운 금액을 주고 이 땅을 사들인 쪽은 신흥 디벨로퍼인 더스퀘어아이앤디다. 이 시행사는 앞면이 뻥 뚫려 있어 한강 영구조망이 가능한 이곳에 20층짜리 복층형 오피스텔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안준철 더스퀘어아이앤디 대표는 "SK합정주유소는 워낙 입지가 좋은 데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바로 옆에 위치해 소속 연예인들의 고급차 수요까지 더해져 장사가 아주 잘되던 곳"이라며 "하지만 땅값이 워낙 비싸고 앞에 건물이 하나도 없어 전 객실 한강 영구조망 콘셉트로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건대입구역에서 청담대교로 진입하는 방향에 위치한 SK청담대교주유소는 이미 손바뀜이 일어나 철거 중이다. 이곳에는 기존 주유소를 포함해 총 5946㎡ 대지에 25층(전층 복층) 주거용 오피스텔 '더라움 펜트하우스' 두 동이 들어선다. 수년째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지키고 있는 '서초 트라움하우스 5차'를 지은 트라움하우스가 시행을 맡았다. 건대입구역 스타시티 주상복합 단지와 함께 자양동의 고급 주거타운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GS동부주유소는 지난 6일부터 '11월 20일까지만 영업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한양대입구역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주유소는 성동교에서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대로에 있어 영업이 잘되던 곳이다.
이곳에는 지상 14층 규모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가 들어설 계획이다. 성수동에는 정보기술(IT)과 전장부품 중심의 아파트형 공장이 다수 들어서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서울 도심의 땅 부족과 지가 상승 외에도 주유소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이런 변화의 이유다. 서울 도심 내 주유소가 점차 줄어들어 희소성은 커졌지만 건물을 지어 임대를 주는 데 비하면 수익성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주유소를 임차해 운영 중인 강 모 대표는 "서울 도심에서 장사 잘되는 주유소라고 하더라도 대지 임차료와 인건비를 떼고 나면 영업이익이 5%밖에 안 된다"며 "정유회사 보유지에 지어졌거나 고령인 땅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울 핵심지 주유소들을 스크랩(폐쇄)해 건물을 올리는 게 당연한 투자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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