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우리銀, M&A 적극 나선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2014년 11월 민영화를 위해 지주사를 해체하고 은행과 합병한 지 4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가칭) 설립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1월 우리은행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된다. 이는 우리은행 주식을 지주사로 이전한 뒤 기존 우리은행 주주들은 신설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방법이다. 이번 인가로 국내 자산 순위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금융위 승인에 따라 우리은행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를 포함한 지주사 설립과 관련된 내용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과점 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명,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된다.
8명의 이사는 이사회를 하루 앞둔 7일에도 사전 간담회를 하고 의견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측을 대표하는 예보 비상임이사는 지주사 설립 후 1년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지 않고 겸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인 만큼, 회장·행장 겸직을 통해 설립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정부 측 생각이다.
7일 사전 간담회에서는 별도의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손 행장이 지주사 회장을 겸임하는 안과 별도의 회장 추천 절차를 진행하자는 안이 모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28일로 예정된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회장 선임 작업을 마쳐야 한다. 신설되는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은행을 제외하고 덩치가 큰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당분간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남겨둘 예정이다.
지주사 신설과 함께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은행법 적용을 받아 자기자본의 20%만 출자가 가능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지주회사법에 따라 130%까지 출자할 수 있다. 최소 6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주사 설립 후 1년간은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 등에 대한 투자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도 2~3곳의 자산운용사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신규 인가와 인수·합병(M&A)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금융위는 최대 3곳의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신설 우리금융은 내년 여름께 펀드를 통해 지분을 갖고 있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지주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심이 몰리는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시절에 대형 증권사로 꼽혔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승훈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