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설적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20·30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퀸 전성기는 1970~80년대로 40·50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다르게 "노래가 익숙해 흥겹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랩소디 실시간 예매율은 28.1%로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수 87만을 넘어서며 100만 관객 초읽기에 돌입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전체 관람객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CGV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분석한 결과 보헤미안랩소디 20대 관객은 28.8%, 30대 26.8%다. 이들은 40대 27.4%, 50대 12.8%, 60대 이상 관객 1.9%를 넘어선다. 퀸 활동 시기와 이들이 태어난 시점이 겹치지 않는다는 면을 고려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수치다.
7080 세대의 이야기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헤미안랩소디를 관람한 20대들은 영화 속 노래에 "이 노래가 퀸 노래였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부모 세대 음악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을 다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20대 김병준 씨는 "주변에서 추천해 영화를 봤는데 잘 모르는 내용이라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이 아는 노래라서 놀랐다"고 말했다.
퀸의 노래 일부는 광고의 배경 음악과 수많은 리메이크로 젊은 세대에게 이미 친숙하다. 퀸의 맴버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싱글곡인 'i was born to love you'는 2010년 삼성 스마트폰의 광고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응원곡으로 기억되는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은 2002년 월드컵을 보낸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멜로디를 읊조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보헤미안랩소디와 퀸의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에는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 현상도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19년의 소비트렌드로 꼽은 바 있다.
복고가 유행하는 원인이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함을 준다는 것이다. 보헤미안랩소디를 관람한 젊은 층은 과거 퀸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거나 퀸의 뒷이야기를 나누며 여흥을 즐긴다. 영화를 2번 봤다는 김 모씨(31)는 "이전에는 퀸을 잘 몰랐는데 처음 영화를 본 뒤 음악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더 좋은 상영관에서 한 번 더 봤다"며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노래들도 자꾸만 듣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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