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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코스닥 활성화로 `한국판 FAANG` 발굴"
입력 2018-11-04 17:09  | 수정 2018-11-04 20:16
"코스닥에서 미국 나스닥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을 배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코스닥 상장 후보 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코넥스시장의 유동성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정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지난 1년간 구축한 활성화 기반을 바탕으로 코스닥시장을 모험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코넥스시장 강화로 코스닥 상장 후보 기업의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기업의 계속성·안정성 등 질적 심사 면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투자자들이 보다 손쉽게 코넥스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본예탁금 1억원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이사장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KRX300 및 KRX mid200지수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신규 지수를 개발하고 금융상품 출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겠다"면서 "KRX300지수가 벤치마크 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적극 영업하고 있으며 기관 자금이 코스닥시장에 많이 유입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에 KRX300에서 파생한 KRX300섹터지수를 추가 출시하고 코스닥150 가치저변동지수도 선보일 방침이다. 코스닥150 종목 가운데 변동성이 낮으면서 내재가치가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가중치를 반영한 새 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수가 있으면 관련 상품이 활성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9월 기준 5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비중도 14.1%로 작년(12%)보다 늘었다. 다만 지난 10월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셀코리아'에 휘청거리면서 코스닥지수도 7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정 이사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코스닥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 많으니 조금 긴 호흡으로 지켜봐 달라"며 "코스닥시장에 대형 기술주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코스닥시장에 남을 만한 유인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정 이사장은 성장성 있는 기업의 코스닥 진입 요건은 완화하더라도 투자자 보호와 신뢰 제고 측면에서 부실기업은 조기 퇴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이사장은 "상장기업의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회계투명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므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 퇴출은 엄정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사업연도 외부감사 결과 감사의견 비적정 관련 상장폐지 기업은 총 15곳으로 전년(6곳)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정 이사장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증가한 것은 해당 기업들의 영업실적 악화 등 내부적인 요인 외에도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외감법 개정, 테마감리 이슈 등 외부 환경 변화 요인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한국의 대외 건전성과 경제 여건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원인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지배구조 불투명성'을 꼽았다.
정 이사장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공시를 강화하고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핵심원칙' 준수 여부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기업의 펀더멘털과 성장성 중심의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글로벌 투자자, 특히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 등을 대상으로 최근 지배구조 개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다.
또 최근 논란에 휩싸인 공매도 제도에 대해선 "공매도를 금지하면 부정적인 정보를 가격에 적시에 반영할 수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못하는 시장이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공매도 규제는 주요국에 비해 가장 강한 편이므로 사전 규제보다는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거래소는 신흥국 거래소 설립 지원 경험이 있어 북한 제재가 해제될 경우 북한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스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보만리의 마음으로 준비해 평양에 거래소가 태동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 He is…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962년생으로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지냈다. 2015~2017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역임했고, 2017년 11월부터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슬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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