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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하면 쥐약, 피하면 독약...QO 받은 류현진의 선택은?
입력 2018-11-04 06:00 
류현진은 2019시즌에도 다저스와 함께하게 될까?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휴스턴) 김재호 특파원] 택하면 쥐약, 피하면 독약이다. 류현진(31)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다저스는 지난 3일(한국시간) 류현진과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다. 이제 두 선수는 이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열흘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퀄리파잉 오퍼는 원 소속팀이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짜리 계약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책정되며 이번 오프시즌에는 1790만 달러로 책정됐다. 이를 택하면 다저스와 1년 더 함께한다. 거절하면 FA 시장에서 30개 전구단을 상대로 협상할 수 있다. 원소속팀과 계약하면 상관없지만,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제약이 따른다.
퀄리파잉 오퍼는 일종의 FA 보상 제도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한 것은 1년 더 함께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받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2019년 드래프트에서 균형 경쟁 라운드B 이후 지명권을 받는다.
퀄리파잉 오퍼는 정상급 FA들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희생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단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 이번 이적시장의 경우 브라이스 하퍼, 패트릭 코빈, 댈러스 카이클, 크레이그 킴브렐 등이 그럴 것이다. 이들은 다년 계약을 맺어도 연평균 1790만 달러 이상의 계약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랜스 린은 지난겨울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했다가 뒤늦게 1년 계약을 맺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러나 류현진과 같은 중상위권 FA 선수들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경우 택해도 손해고 거절해도 손해다.
퀄리파잉 오퍼를 선택해 2019시즌 179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 당장 1년간 익숙한 팀에서 많은 돈을 받으며 뛸 수 있지만, 다시 FA 시장에 나왔을 때 그 가치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택하면 2020년 33세의 나이에 다시 시장에 나온다. 그가 2019년 사이영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연평균 179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2019년 극심한 부진이나 부상을 경험할 경우 그 가치는 형편없이 깎일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다.
오퍼를 거절해도 문제다. 다른 좌완 선발 옵션이 많은 상황에서 드래프트 지명권을 희생해야 하는 선수를 쉽게 영입할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뒤 시장에 나왔다 쪽박을 차는 중상위권 수준의 선수들을 매년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 무스타카스, 랜스 린, 그렉 홀랜드가 그랬다. 이들은 모두 3월에야 겨우 1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MLB.com은 류현진이 이번 오프시즌 7인의 퀄리파잉 오퍼 대상자 중 지난해 무스타카스, 린, 홀랜드와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선수라고 콕 집어 지목했다.
마르코 에스트라다는 지난 2015년 11월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은 뒤 블루제이스와 2년 계약에 합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가장 안전한 해답은 원소속팀 다저스와 다년 계약에 합의하는 것이다. 선례가 있다. 지난 2015년 11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마르코 에스트라다는 블루제이스와 2년 26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선수와 구단이 모두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다. 선수는 다년 계약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구단도 다년 계약을 하면 연평균 금액을 낮춰 사치세 한도에서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앞서 다저스는 옵트 아웃 권리를 갖고 있던 클레이튼 커쇼와 3년 9300만 달러에 재계약, 2019년 사치세 한도 적용 금액을 3250만 달러에서 3100만 달러로 낮췄다. 류현진에게도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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