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년 만에…코스닥벤처펀드 찬밥신세
입력 2018-11-02 17:31  | 수정 2018-11-02 19:47
정부가 올 4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를 통해 벤처기업 육성자금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가 신규 출시 펀드부터는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올 4월 5일 여섯 개 공모펀드가 출범하며 상반기 자산운용업계 최대 히트상품로 떠올랐으나 저조한 수익률에 공모주 배정 혜택 폐지로 신규펀드가 인기를 끌기 어려워보인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에서 혁신기업 상장 시 주간사(증권사)가 신주 배정 물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주간사의 재량을 확대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코스닥벤처펀드의 이점이 없어진 셈이다.
KTB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9영업일 만에 판매액이 3546억원에 도달해 일시판매중단(소프트클로징)까지 돌입하고 전체 펀드 설정액이 넉 달 만에 3조원(사모 포함)을 돌파할 정도로 코스닥벤처펀드가 시중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공모주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100대1은 가볍게 넘고 동구바이오제약, 카페24 등 새내기주 주가가 치솟자 '공모주 투자=대박'이란 공식이 통했다.

사모펀드가 공모주 물량을 더 많이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위는 4월 30일 펀드 운용 규모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하게 해 규모가 큰 공모펀드의 공모주 배정 물량이 높아졌다. 또 공모펀드가 사모펀드 대비 최대 10% 추가 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정도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육성에 열을 다했다. 유동자금이 벤처·비상장 기업에 투자돼 혁신기업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당일 1호 펀드에 가입한 인물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었다. 자산운용사들은 비상장기업에 대한 분석 역량이 충분치 않음에도 금융당국의 의지에 화답해 펀드를 앞다퉈 출시했다.
그러나 하반기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급락하면서 코스닥벤처펀드 인기도 식어갔다. 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코스닥벤처펀드는 설정 이후 -22.96%까지 낮아졌고 KTB코스닥벤처펀드도 -13.81%다. 저조한 수익률에 환매가 늘어나면서 설정액도 줄어들었다.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공모주 30%를 우선 제공받는 혜택이 장기적으로 축소되면서 코스닥벤처펀드는 더욱 된서리를 맞게 됐다. 금융위는 그동안 IPO 시장이 거래소 주도 시장으로 시장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보고 공모주 신주 배정에 있어 주간사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기존에 나온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신규 가입자까지도 공모주 30% 우선 배정이라는 기득권이 그대로 인정된다"면서 "다만 내년 IPO 물량 제도 개선안 발표 이후 만들어지는 신규 펀드에 대해서는 공모주 배정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코스닥시장 IPO에서 일반 투자자 20%, 하이일드펀드 10%, 코스닥벤처펀드 30%, 기관 40%로 물량 배정 칸막이가 있었는데 이것이 폐지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세부 추진계획에서 코스닥 배정 물량 결정에 주간사가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는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간사가 시장 원리에 따라 수요예측을 하고 물량을 배정해 혁신기업의 상장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자산운용업계와 투자자들은 예상치 않은 불이익을 받게 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수익률이 낮아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코스닥 벤처 펀드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은 맞는다"며 "출시된 지 반년 만에 혜택을 없애면 새롭게 나오는 코스닥벤처펀드는 더 찬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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