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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손흥민 등 체육요원 존속 노력에 찬물
입력 2018-11-02 08:31  | 수정 2018-11-02 09:42
장현수와 손흥민이 국가대항 축구 A매치 관련으로 한 화면에 등장할 일은 이제 없게 됐다.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 전반 종료 후 피치를 빠져나가는 장현수(20번)와 손흥민(7번)의 모습.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장현수(27·FC도쿄)가 ‘국가대표팀 영구제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회의론이 제기되는 체육요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손흥민(26·토트넘) 등 축구계 동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일벌백계에도 불구하고 개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는 장현수에 대한 심의 끝에 ‘국가대표팀 자격 평생 정지 및 벌금 3000만 원이라는 처분을 발표했다.
장현수 중징계 근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라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축구단운영규정 제17조 4항의 일부 내용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로 장현수는 체육요원 자격을 획득했다. 복무기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적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에 장현수는 ‘봉사활동은 사실이나 자료가 착오로 제출됐다라고 부인해왔다.
병무청 및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문제로 커지자 장현수는 10월 27일에야 실적을 부풀렸다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1973년 도입된 체육요원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이바지한 특기자에 대하여 군 복무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혜택을 주는 제도다.

체육요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휘·감독하에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을 복무하는 것으로 현역병 입영이나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대신한다.
선발 당시의 체육 종목의 선수로 등록 활동하는 것도 복무기간으로 인정된다. 대학(전문대학 및 대학원 포함)에서 체육 분야 학과를 전공하거나 중학교 이상의 학교에서 체육 지도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병역이행을 대신할 수도 있다.
국·공립기관 또는 기업체의 실업체육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정하는 단체와 대한체육회 중앙경기단체 및 시·도 체육회에 등록된 체육시설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 역시 체육요원 복무 분야에 해당한다.
체육요원 자격을 취득하면 경력 단절 없이 전성기를 보낼 수 있다는 비교 불가의 장점이 있어 흔히 ‘병역특례라고 한다.
장현수 파문에 ‘체육요원 제도는 특정 선수의 해외 영리 활동을 지원해주고자 생긴 제도가 아니다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허위 증빙을 포함해도 체육요원 봉사활동 기준에 281시간이나 미달하는 장현수의 무성의함도 반발을 부추겼다. (장현수 체육요원 복무는 2019년 1월 16일 끝난다.)
장현수가 체육요원 봉사활동 허위 증빙을 인정하기 이틀 전 국방일보는 손흥민의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 1억 쾌척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육군본부 제공
잠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10월 25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발행 국군 일간지 ‘국방일보 지면에는 손흥민이 등장했다.
국방일보가 현역병 복무 경험이 없는 손흥민을 언급한 이유는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에 개인 역대 최고액을 쾌척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흥민 기부는 8월 기탁 시점 및 10월 공개 시기 모두 매우 적절했다. 올림픽 입상자 및 아시안게임 우승자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체육요원 제도의 전면 폐지가 정치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거론되고 있는 와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일부 국회의원은 9월 17일 장관 인사청문회에 이어 10월 진행하는 2018년도 국정감사장에서도 병역의무 대상자에 대한 예술·체육요원 자격 부여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감에서도 나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은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이후 대한민국에 가장 큰 인기를 몰고 왔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 멤버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친정팀이자 고향 클럽인 K리그2 성남FC에 ‘유소년 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금메달 포상금을 전액 기부했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미드필더 김진야(20)도 2018아시안게임 우승 상금을 모두 소속팀의 소외계층 기부 캠페인을 위해 내놓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 후원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아시안게임 포상금보다 6배 이상 많은 의연금 규모가 눈에 띈다.
손흥민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 거액 쾌척은 조국으로부터 받은 특혜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정부에 일정 부분 돌려주는 형태이기에 찬사를 받고 있다. (육군본부는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기부 대상이 ‘육군인 것 역시 종목을 막론하고 체육요원 논란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었기에 어떤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우승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24개월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사회복무요원은 법적으로 국방부 소속은 아니지만, 기초군사훈련 면제자를 제외하면 4주 교육 동안은 군인사법이 적용된다.
민방위로 직행하는 일부를 빼면 대부분 사회복무요원은 소집해제 후 보충역 육군 이등병 신분으로 예비군에 편성된다.
물론 체육요원도 민방위 직행대상자를 제외하면 4주 동안 군인사법을 준수하는 기초훈련을 받아야 한다. 대체복무를 마치고 보충역 육군 이등병으로 예비군을 시작하는 것도 사회복무요원과 같다.
따라서 손흥민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 후원은 금메달 여부를 떠나 자신이 앞으로 일정 기간 속하게 될 조직에 보탬이 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체육요원 자격 취득자(혹은 획득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선수)는 병역특례라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국방부나 육군과 엮이는 것을 피한 것이 사실이다.
‘국방일보 역시 육군본부에 손흥민이 기부를 희망한다는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국방홍보원은 나라를 위해 헌신·희생한 장병들의 명예를 높이고 예우를 증진하고자 2018년 4월부터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육군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과 황의조 그리고 김진야는 모두 장현수의 축구대표팀 ‘동생들이다.
장현수는 외국인임에도 일본 수도 도쿄를 연고지로 하는 1부리그 클럽의 주장을 역임할 정도로 통솔력을 인정받는다.
국가대표로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나 2018년 자메이카와의 홈 평가전 등에 장현수가 캡틴 완장을 차고 임한 경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동생들 보기 부끄러운 잘못을 범했다는 점에서 장현수의 체육요원 봉사활동 허위 증빙 파문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체육요원 제도 존속에도 손흥민 등의 노력을 다 덮을만한 악영향을 끼쳤다. 혹시나 2020 도쿄올림픽이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한 병역특례가 폐지 혹은 축소된다면 ‘후배의 앞날을 막은 못난 선배라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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