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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평점’ 장현수 퇴출…축구협회 ‘마속을 벤 제갈량’
입력 2018-11-01 17:58  | 수정 2018-11-02 07:04
장현수.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장현수(27·FC도쿄)가 ‘국가대표팀 영구제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16년 만에 찾아온 축구붐은 대한축구협회가 일벌백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는 장현수에 대한 심의 끝에 ‘국가대표팀 자격 평생 정지 및 벌금 3000만 원이라는 처분을 발표했다.
장현수 중징계 근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라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축구단운영규정 제17조 4항의 일부 내용이다. ‘국가대표팀 자격 평생 정지는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일본 수도 도쿄를 연고지로 하는 1부리그 클럽의 주장이라는 직함이 말해주듯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지닌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종목이 23세 이하로 개편된 후 대한민국의 사상 첫 우승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비 핵심이 바로 장현수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병역 특례자로는 유일하게 참가하는 등 애국심도 보여왔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장현수의 입지는 변함이 없었다.
장현수 등 파울루 벤투 감독 지휘 축구대표팀 A매치 출전선수 통계 기반 평점
10월 12일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장현수를 콕 집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준다. 평균을 상당히 웃도는 능력을 보유했다”라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줘야 한다. 국가대표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고 옹호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현수의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역량은 축구 통계 절대 강자 ‘옵타 스포츠가 공개한 9·10월 대한민국 A매치 평점에도 나타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한 4차례 평가전에서 장현수는 평균 6.0점으로 김영권(28·광저우 헝다)과 함께 센터백 평점 공동 1위다.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꾸준함이라는 덕목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평점 4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장현수가 김영권을 앞선다.

실제 경기장 안에서도 장현수가 김영권의 위치 선정 등을 리드한다는 것이 여러 차례 공개되기도 했다.
‘읍참마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1920년대 중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궈모뤄가 ‘중화 역대 최고의 인물이라고 극찬한 제갈량(234년 사망)이 228년 참모 마속을 울면서 처형한 일화를 뜻한다.
제갈량은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당대 중국 최강국 위에 대한 1차 북벌을 감행했으나 실패했다.
총애했던 마속은 가정전투에서 제갈량의 지시를 무시하는 등 책임자로서 명백한 잘못을 범한 끝에 패배했다.
승승장구했던 촉한은 마속 때문에 요충지를 잃고 북벌 본대가 노출되자 점령한 땅을 모두 포기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1차 북벌은 제갈량이 주도한 5차례 위나라 공격 중에서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다. 위나라는 223년 초대 촉한 황제 소열제(유비)가 사망하자 상대를 과소평가하여 방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속은 가정전투 패배를 통해 부대 지휘는 기대에 너무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으나 조언자로서의 역량은 제갈량도 극찬할 정도의 인재였다.
그러나 제갈량이 총애한다는 이유만으로 마속을 살려주기에는 1차 북벌 좌절의 충격이 너무 컸다.
나라 전체를 추스르고 승상으로서 위엄이 세우려면 제갈량은 아무리 마속이라고 해도 법을 예외 없이 엄격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 대한축구협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핵심이자 병역특례를 받고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중용하는 장현수라고 해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된 국가대표팀 인기를 생각하면 관용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부터 시작된 A팀 인기는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때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팬덤의 충성도와 적극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16년 전을 능가한다.
모처럼 찾아온 축구붐을 유지·발전하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은 문외한이 봐도 알아차릴 정도로 필사적이다.
장현수 건을 흐지부지하게 처리하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시키면 5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국가대표팀 전력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축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빌미를 주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제갈량이 오열하며 마속에 대한 사형을 명한 것처럼 대한축구협회도 국가대표팀에 다년간 공헌한 주전 수비수를 퇴출할 수밖에 없었다.
소열제 유비는 제갈량에게 마속의 과대평가를 경계하는 유언을 남긴 것이 훗날 가정전투 패배로 화제가 됐다. 장현수는 현장의 호평과 치명적인 실책을 자주 범하는 것에 질색하는 여론이 엇갈려왔다. 어딘가 비슷한 마속과 장현수는 사형과 영구제명으로 조국의 버림을 받았다.
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로 체육요원 자격을 획득했다. 복무기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가 적발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에 장현수는 ‘봉사활동은 사실이나 자료가 착오로 제출됐다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병무청 및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문제로 커지자 10월 27일 ‘실적을 부풀렸다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1973년 도입된 체육요원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이바지한 특기자에 대하여 군 복무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혜택을 주는 제도다.
체육요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휘·감독하에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을 복무하는 것으로 현역병 입영이나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대신한다.
선발 당시의 체육 종목의 선수로 등록 활동하는 것도 복무기간으로 인정된다. 대학(전문대학 및 대학원 포함)에서 체육 분야 학과를 전공하거나 중학교 이상의 학교에서 체육 지도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병역이행을 대신할 수도 있다.
국·공립기관 또는 기업체의 실업체육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인정하는 단체와 대한체육회 중앙경기단체 및 시·도 체육회에 등록된 체육시설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 역시 체육요원 복무 분야에 해당한다.
체육요원 자격을 취득하면 경력 단절 없이 전성기를 보낼 수 있다는 비교 불가의 장점이 있어 흔히 ‘병역특례라고 한다.
장현수 파문에 ‘체육요원 제도는 특정 선수의 해외 영리 활동을 지원해주고자 생긴 제도가 아니다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허위 증빙을 포함해도 체육요원 봉사활동 기준에 281시간이나 미달하는 장현수의 무성의함도 반발을 부추겼다. (장현수 체육요원 복무는 2019년 1월 16일 만료 예정)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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