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에서도 유독 한국 시장의 낙폭이 큰 이유는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미 금리 인상기조 등 전세계적으로 주가 급락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달에만 코스피 14%, 코스닥 23% 하락률을 보이며 글로벌 최하위를 기록했다"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저평가 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이 진단한 코리아디스카운드 원인으로는 ▲인색한 기업 배당 ▲재벌중심 지배구조 ▲특정 업종 쏠림현상 ▲가계 투자자들의 외면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 ▲미국과의 디커플링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주가 하락은 만성적인 현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오랫동안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0조~4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15조~20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지만 코스피지수는 현재 2007년 수준으로 후퇴했다"면서 "현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7.7배로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재한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세계 평균 절반치에도 못 미치고 PBR 또한 낮은 수준"이라며 "20~30년 동안 세계증시가 오를 때는 함께 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때는 가장 많이 하락하는 한국 주식 시장의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하락한 한국 주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참여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009년 이후 한국 가계는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을 외면해왔다"며 "국내에서 주식 투자에 대한 성공 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국내 자산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가계 자금이 해외 대체투자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인 투자자들의 시가총액 점유율은 36%로 상대적으로 높고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액티브 펀드(점유율 3% 미만)은 미미해 외국 자본 이탈에 시장이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가계의 주식시장의 외면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시장과 기업, 기관 등에 불신이 깔려있어 단기 투자 수익률만 좇고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투자 관련 세제혜택과 연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확대 필요성 등으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정부 정책 기조의 부분적 전환과 세제 혜택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주요기업 투자매력을 느낄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시 활성화를 위해 주식투자 관련 세제혜택을 늘리고 주식거래세는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거 투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증권거래세율 침체된 금융시장의 실정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부터 국내 주식거래 시 0.3% 비율로 주식거래세가 부과되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주식거래세가 없거나 중국은 2008년 0.3%에서 0.1%로, 대만은 2017년 0.3%에서 0.15%로 인하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거래량이 꾸준하게 하향추세를 이어온 점을 감안할 때 시장유동성 개선 차원에서 거래세 축소가 절실하다"며 "현재 0.3%로 설정돼 있는 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장기적으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국내 주식 투자 전략 재검토나 신흥국 그룹에서 벗어나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돼야 한다는 대안책도 제시됐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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