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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벽한 타인` 유해진 "꿈? 잘 늙고 싶다, 나답게"
입력 2018-10-30 07:01 
유해진은 배우로도, 인간으로도 "잘 늙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제 꿈이요? 글쎄요. 뭔가 대답하기 부끄럽고 어려운 질문인데(웃음)…그냥 잘 늙어 가고 싶다? 좋은 모습으로, 나답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요. 잘 사는 것만큼, 아니 오히려 잘 죽는 게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잘 살고 싶어요.”
유해진(48)다운 표현, 생각, 꿈이다. 연기에 있어서만은 예민하고 완벽주의에 가깝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소박하다. 과거의 자신처럼 힘들게 꿈을 이루려는 동료들을 떠올리면 괜스레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미안해지고, 치열함과 뜨거운 열정이 식는 게 가장 걱정이라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사랑을 ‘과대 포장이라며 겸손하게 민망해 하는, 누구보다 참 ‘잘 살고 있는 남자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그는 스스로의 작품에 만족한다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보고나서 좋았다. 희한하게 그렇더라. 흘러가는 웃음 정도로만 끝났으면 이 정도로 여운이 남진 않았을 텐데, 뭔가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영역 가운데 무언가를 느꼈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래, 다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모습,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 역시 그런 포장된 모습이 분명 있고요.(웃음) 결국 뭔가 굉장히 특별해 보여도, 나와는 완전히 달라보여도, 알고 보면 다 비슷한 거죠. 그런 메시지가 감독의 똑똑함 덕분에 다채롭게 표현된 것 같아요.”
유해진은 `완벽한 타인`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미지가 과대 포장됐다고 말하는 유해진.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호감으로 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건 분명 너무 감사하지만, 난 지극히 평범하다. 많은 분들이 내가 책을 많이 읽고 클래식도 많이 듣고 와인을 좋아하고…고급지게 보시고 좋게 얘기하지만 나 역시 바쁠 땐 전혀 그런 걸 할 수 없다. 사실 소주를 더 많이 좋아한다. 절대적으로 그런 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누구나처럼 그 때 그 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어떤 면에서 그런 걸 좋아하긴 하지만 지식적으로 많이 알지는 못해요. 길거리를 거닐기도 하고, 가까운 갤러리 같은데 시간이 되면 갔다 오기도 하는, 그런 정도예요. 아재 나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저 역시 ‘꼰대 기질이 나오기도 하고, 제 안에 갇히기도 하고요. 좋은 사람이 물론 되고 싶지만 실제로 또 엄청나게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어떤 면에선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 영화에 그런 지점들이 잘 표현돼 있어서 제겐 남다른 잔상을 많이 남긴 것 같아요.”
메시지, 분위기, 연출뿐만 아니라 함께 한 배우와의 호흡 또한 유달리 좋았단다. 유해진은 함께 부부 호흡을 맞춘 염정아를 ‘염드리 헵번이라며 애정을 가득 담아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우리 ‘염드리 헵번이 정말 너무 잘 받쳐줘서, 그냥 연기를 한다기 보단 늘 있었던 부부처럼 느껴졌다. 이런 남편하고 이 정도로 살 정도면 분명 그녀만의 노하우, 어떤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을 정말 100% 소화해 표현해내는 걸 보면서 덩달아 그 기운을 받아 연기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가장 강력한 케미를 선보인 윤경호에 대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한끗이라도 어긋나면 사실 굉장히 민망할 수 있는, 전혀 웃기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상황을 굉장히 좋은 호흡으로 만들어줬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연기라는 게 그 순간이 흘러 놓치고 나면 주워 담기가 힘들다. 그 신은 영원히 남을 텐데, 그래서 다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고민하고 매달린다. 인간적으로는 정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일적인 부분에서는 모두가 정말 뜨거웠다. 그 두 가지가 다 공존하는 현장이었다”고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성한 그림을 만들 것인지, 좋은 호흡을 보여줄 지에 대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공유하며 몇 날 며칠을 보냈어요. 모든 작품이 그러하지만 이번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이런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 기운을, 공감대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해진은 ‘완벽한 타인에서 뻣뻣한 바른 생활의 표본인 변호사 태수로 분해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다. 태수는 아내 수현(염정아 분)에게는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이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강직한 의리파다. 그런 그에겐 어떤 비밀이 있었던 걸까. 31일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공개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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