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좋은사람들·KJ프리텍, 대주주·경영진 분쟁 `점입가경`
입력 2018-10-29 17:10  | 수정 2018-11-09 16:27

코스닥 상장사 좋은사람들과 KJ프리텍의 상황이 좋지 않다. 매각 과정에서 다소 엉뚱한(?) 분쟁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회사 인수 당시 새 최대주주가 실질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최대주주와 기존 이사회간 법정 공방이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속옷 전문회사 좋은사람들의 경영권 분쟁 소송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염덕희 외 4인은 컨텐츠제이케이 외 3인에게 회사를 매각한다. 매각 가격은 약 230억원으로 당시 컨텐츠제이케이의 지분율은 7.96%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 보통 주식양수도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이사진 등 경영진을 교체한 뒤 잔금을 지급해 최대주주 변경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면 최대주주의 지위도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텐츠제이케이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당일에 대금을 모두 지급해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 경영진을 교체하기도 전에 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이 문제는 한달 뒤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진다. 당시 컨텐츠제이케이는 임시주총을 개최해 경영진을 새로 선임할 방침이었지만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 선임의 건이 모두 부결됐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적은 탓에 의사 정족수 기준인 25%를 채우지 못해 주총이 불성립된 것이다.

현 경영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임시주총이 무산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자기주식처분을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재무구조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었지만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최대주주인 컨텐츠제이케이 역시 경영진의 적대적인 움직임에 반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소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법원이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소유 주주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을 갖는다. 하지만 회사 측이 지난 자기주식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최대주주의 지분이 3% 미만으로 내려갔을 수도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각하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회사 측은 자기주식처분결과보고서를 통해 68만4753주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의 지분은 4.34%다. 자기주식 처분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분이 3% 밑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최대주주 측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회사 측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좋은사람들은 지난 19일 1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 최대주주 외에 다른 자금을 끌어들여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제이에이치리소스와 현 경영진은 증자 이후 공동 경영에 대한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컨텐츠제이케이 측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좋은사람들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자들이 지난 6월 이후에도 채무자 발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을 기준으로 최대주주라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이 원고 패소 판정이 나면서 좋은사람들의 경영진과 과거 최대주주간의 갈등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좋은사람들은 기존 제이이에치리소스주식회사에서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자를 변경, 150억원 규모의 대금 납입이 모두 완료됐다고 공시했다.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은 제이에이치리소스가 33.3%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다. 이에 따라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 지분 11.6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KJ프리텍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최대주주가 현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KJ프리텍은 지난 9월 제 3자배정 방식을 통해 보통주 270만주를 유상증자했다. 제 3자 배정 대상자는 홍이솔씨로 증자 대금을 납입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때 홍씨의 지분율은 10.96%로 기존 최대주주인 마누스파트너스의 지분율(5.13%)을 넘었다.
홍씨는 KJ프리텍의 채권자로 경영권 양수도를 협의해온 제이알트레이드의 특수관계인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이알트레이드가 KJ프리텍의 최대주주가 된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최대주주인 제이알트레이드는 경영권을 확보하려 주주총회를 열었으나 수차례 연회됐다. 제이알트레이드는 회사 측 사람인 김정근, 정재열씨 등 4인을 사내·외 이사 자리에 앉히며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으나 임시총회에서는 이사 선임 안건이 결국 부결됐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제이알트레이드 측은 초강수를 뒀다. KJ프리텍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18일 파산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KJ프리텍 관계자는 "파산신청을 접수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소장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파산신청에 대한 소장을 확인하는 즉시 관련 공시를 제출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정지됐던 KJ프리텍의 주권매매거래 정지는 법원의 파산신청 기각결정 등 파산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KJ프리텍 경영진과 최대주주 사이의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최대주주인 홍씨는 회사 현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 (주주총회)증거보전,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 등을 제기했다. KJ프리텍과 홍씨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법원은 KJ프리텍 측에 최대주주인 홍이솔이 제기한 증거보전 신청에 대해 5일 이내에 증거물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증거물은 주주명부, 참석자 명부, 위임장, 투표용지, 집계표, 영상녹화물 및 의사록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KJ프리텍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 김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