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4800만 印尼 소비자 끌어안는 하나은행
입력 2018-10-28 18:24  | 수정 2018-10-28 19:51
지난 26일 열린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과 라인파이낸셜아시아 간 신주인수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황인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최고경영자(CEO), 이화수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 법인장, 김영은 라인파이낸셜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COO)(왼쪽부터) 등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회사인 라인(LINE)과 손잡고 동남아시아 디지털 소매금융시장 강화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6000만명 가운데 4800만명이 사용하는 라인 서비스를 통해 핀테크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6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에서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과 라인의 금융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두 회사는 KEB하나은행의 금융 노하우와 라인의 브랜드·플랫폼·콘텐츠를 함께 활용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인도네시아에 출시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도네시아 시장 특성과 고객 선호도 조사를 이미 마쳤다. 이를 활용한 각종 예금과 소액대출, 송금결제 서비스 등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해 내년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각오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라인이 인도네시아에서 제공 중인 메신저 서비스에 KEB하나은행 뱅킹 서비스를 집어넣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시스템 개발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약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만 39세 이하 젊은 계층이 60%를 넘어선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핀테크 산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핀테크 시장 총거래량은 약 150억달러였으며 2021년에는 약 371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개인 신용등급 평가가 정교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률이 선진국 대비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틈새를 공략한 것이 핀테크 산업이다. 인도네시아 핀테크 이용액의 절반가량이 지급결제 업무일 정도다.
이에 따라 만디리은행, BCA, BRI, BTN 등 인도네시아 대형 시중은행도 핀테크 사업에 적극적이다. 오토바이 택시 호출 서비스로 유명한 고잭도 최근 '고페이'라는 이름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라인과 손을 잡은 것도 인도네시아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이 풍부한 현지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은행들에 해외 소매금융시장 진출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역사가 짧은 국내 은행이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영미계 은행이나 현지 은행과 경쟁해 금융 소비자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지원하거나 지역 중소기업 대출 등 기업금융에만 주력해 왔다.
업계는 KEB하나은행과 라인 간 협력은 국내 은행의 해외 소매금융시장에서 하나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두 회사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동남아 지역을 무대로 한 디지털 금융시장 진출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인 메신저 가입자는 1억65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동남아 국가 이용자다.
KEB하나은행의 해외 영업 네트워크는 24개국 160여 개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해외 수익 역시 2015년 9월 KEB하나은행 통합은행 출범 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2804억원이던 해외 수익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2038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수익은 4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체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해외 수익 비중이 20% 수준인데 2025년까지 이를 40%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동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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