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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감성장인` 린, 모든걸 쏟아붓고 더 단단해지다
입력 2018-10-25 17:17 
정규 10집으로 컴백한 가수 린.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린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감성 보컬리스트다. 특히 'OST 여왕'이라는 호칭에는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발라드 장르에서만큼은 린은 감히 최고라고 손꼽을 만 하다.
지금도 드라마 OST 업계의 러브콜 0순위지만, 그 자신의 음악을 위해 모든 제안을 저어하고 조용히 앨범 작업에 매진해 온 린이 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음악 팬들 곁에 돌아왔다. 무려 열 번째 정규 앨범이다.
25일 오후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정규 10집 '#10'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린은 "스스로 많이 칭찬해주고 싶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린은 "나는 태생이 한량이고, 노는 것 먹는 것 쉬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데 무언가를 이렇게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못 해봤다"면서 "음악의 퀄리티나 성패를 떠나 '이렇게 오랫동안 해왔다니' 하는 생각에 자존감과 만족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0'은 린이 린 특유의 음악적 전부를 담아낸 앨범이다. 곡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은 만큼 린만의 색채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린은 전 곡 작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감성을 짙게 녹여냈다. 그동안 린과 작업하며 수많은 대표곡들을 만들어냈던 황성제와 하정호, 황찬희 작곡가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작업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린은 "정규 앨범 만드는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음악 소비가 빨리 되기 때문에 정규 앨범은 시대에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10집 작업 하면서 지하 땅굴로 들어갔다"고 표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규 10집으로 컴백한 가수 린. 사진|강영국 기자
린은 "나를 슬프게 하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 자신이 내는 욕심의 크기가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갉아먹어서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런 고찰이 분명 있어야 뭔가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힘든 시간 위로가 돼준 건 책 그리고 남편(이수)의 응원이었다. 린은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먼지 같은 존재야 라고 느꼈을 때 '이런 나라도 괜찮아'라는 책을 접했다. 나약하고 자존감 떨어지는 나라도, 즐거울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주 보통의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 독서 과정에서 나에 대한 자존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남편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에 매진할 수 있게끔 힘을 줬다. 린은 "1등이라는 성적에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신랑이 이런 얘기를 해줬다. '유행가는 차트에 남지만 좋은 곡은 마음에 남는다'고. 그 말이 그렇게 힘이 될 수가 없더라"고 전했다.
린은 이어 "요즘 시대에 차트도 너무 중요하다. 아티스트 본인의 자존감을 올리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나의 마음은 다르다. 거기서 많이 분리되어 나온 것 같다. 일단 내가 뭔가를 했다는 게 첫번째로 기쁘고,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저 가수는 성실하구나- 정신 차리면 노래를 하고 있네? 그래서 가끔 들어봤더니 새 앨범이 두 개정도 있는, 잊혀질락 말락 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가수라고 생각해주시면 가장 흡족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린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목소리'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린은 "언젠가는 내 목소리가 정말 싫었다. 왜 나는 저 사람처럼 파워풀하지 못하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지? 자책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린이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목소리 자체가 가진 지문처럼 가진 게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만고진리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아직 내 목소리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 10집으로 컴백한 가수 린. 사진|강영국 기자
평소 '장르 불문'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트렌드를 읽고 있다는 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로는 크러쉬를 꼽았다. 린은 "크러쉬가 잘 하는 음악이 랩도, 멜로디컬한 것도 잘 하지만, 가수가 길을 잘 알고 안내하는 기분이 든다. 그 안에서의 코드워킹이, 재지한 노래들이 많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활동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린은 "아무 준비 없이 갔던 것 같다. 나라는 가수보다 드라마 콘텐츠가 너무 사랑받았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그곳의 분들은 아주 따뜻하게 환대해줬고, 나를 맞이하기 위해 내 모든 노래들을 관심가져줬다. 그분들의 친절을 잊을 수 없다. 또 가고 싶은 마음도 물론 크다. 중국은 그립고, 정치적인 것들을 떠나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 왜냐하면, 음악을 듣는 대중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그냥 음악이,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랑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은 또 "내가 10집까지 낼 수 있었던 건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다 거론할 순 없지만 린이라는 가수에게 신뢰를 느껴주시는 팬들, 리스너들께 감사하다는 마음 뿐"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곧바로 어떤 결과를 남기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오래 사랑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타이틀곡 '이별의 온도'는 린과 싱어송라이터 박새별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감성적인 발라드곡이다.
린은 정규 10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1월 3, 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과 12월 1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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