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주식대여 중단…공매도 악용 막는다
입력 2018-10-23 17:27  | 수정 2018-10-23 19:26
국민연금이 신규 국내 주식 대여를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노후자금으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규모가 전체 주식 대여 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크지는 않지만 개인투자자들 참여가 제한된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돼 상징성은 크다.
23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22일부터 국내에서 주식 신규 대여를 중지했다"며 "기존에 대여된 주식에 대해서는 차입 기관과 계약 관계를 고려해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향후 주식 대여 거래가 공매도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대여가 향후에도 전면 중단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식 700만주를 대여해 왔다. 24조8256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며 이를 통해 수익 689억원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최근 3개년간 기금 운용을 통해 거둔 수익금이 연평균 8조7479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미하다.
국민연금이 신규 주식 대여 중단을 전격 결정했지만 기금 수익금에 영향을 주거나 시장에 혼란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내 주식 대여 규모는 월말 평균 잔액 기준 4400억원으로 66조4040억원 대비 0.68%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수익 역시 2015년 190억원에서 2016년 147억원, 2017년 138억원 등으로 지속 감소해 왔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다른 연기금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퍼져갈지 주목된다. 연평균 신규 주식 대여 잔액이 2000억원가량인 우정사업본부 역시 국민연금 발표 이후 신규 주식 대여 중단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주식 대여 규모는 일평균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하다"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연기금 발표를 따라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식 대여로 얻는 수익은 연간 5억~6억원 수준인데, 기존 대여분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대여는 국민연금법, 자본시장법 등 현행법에 근거한 정당한 거래 기법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역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연금 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공매도를 부르고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희망나눔주주연대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104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표본오차 ±3.0%포인트) 응답자 중 76.1%가 국민연금의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 대여 금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으로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만의 리그로 돌아가면서 개인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56%(4360억원)에 불과했다.
[정슬기 기자 / 유준호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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