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개미(개인 투자자)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 공매도 허용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돈 안되는 서비스'를 굳이 확대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동일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경쟁하더라도 규모 등에서 격차가 발생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78조6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1조7128억원,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5조9135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99.4%를 차지했다. 반면 개인 거래대금은 4340억원에 불과했다.
코스닥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인 26조1915억원 가운데 개인 거래대금은 3646억원으로 1.4%에 그쳤다.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열려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공매도가 갖고 있는 제도적 한계를 인정,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문턱을 낮추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과연 어떤 방안이 나올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일단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할 경우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신용거래 융자와 공매도가 사실상 동일하다"면서 "신용거래 융자는 주가 상승에 배팅하는 것이고,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거래라는 점에서 방향성만 반대일 뿐 원리는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공매도가 제도적으로 보완이 된다면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 전략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접근성이나 정보 분석 능력이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열외에 있을 수 있고, 공매도 투자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초반부 시행착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개인들에게 대주서비스 등 공매도를 위한 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수익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개인 대주서비스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굳이 확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또 공매도의 특성 상 신용도가 매우 중요한데 개인의 신용 리스크를 안고 대주서비스를 확대하려고 하는 증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일한 법적 테두리를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주가 가능한 종목과 기간 등을 동일하게 적용해도 자금 규모나 정보력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기회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이 기회인지 리스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이유는 손실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인데, 공매도 기회를 개인에게 열어주는 것은 파생거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 기회를 열어줄 경우 신용체크, 담보관리, 대차거래와 그에 따른 수수료 수취까지 실무적으로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차라리 전 종목으로 개별주식 선물을 열어주는 게 간단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일단 환경부터 조성된다면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 전략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은 주식대여 가능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것을 확대하는 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며 신용도 문제는 중앙 집중 방식을 적용해 한국증권금융 등의 기관에서 신용거래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주식 대여 동의 기준을 100명에서 70명으로 낮추고 개인이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 김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