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윤정의 대화코칭] "죄송합니다. 제가 늘 이래요"
입력 2018-10-22 11:09 
[사진제공 = 윌토피아 평생교육원]

살다보면 실수를 한다. 메일 발송할 때 참조를 잘못 보내는 작은 실수도 있고,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리는 큰 실수도 있다.
전화해야 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실수도 하고, 일주일동안 고생했건만 방향이 잘못되서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하는 실수도 한다. 착각도 하고 착오도 있는데다 효과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다.
삶에는 성공 못지않게 실수와 실패가 있다.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지만 실수가 발생되었을 때 어떻게 만회하느냐가 소통의 묘미다.
우리모두 누군가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나의 실수가 나 혼자만의 손해로 끝나지 않는다. 나의 실수로 피해를 입고 영향을 받은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다.

상대에게 어떻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느냐에 따라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오히려 신뢰가 회복되기도 한다.
반면 실수한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가거나, 상황 탓을 하며 변명을 하면 쌓였던 신뢰가 무너지기도 한다.
일전에 약속에 늦은 분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지 전혀 몰랐어요. 제가 정신을 놓고 있었어요. 늘 이래요. 뭐가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어요. 앞의 미팅에서 상대가 말을 너무 길게 하는 거예요. 중간에 잘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좀 우유부단해요. 화 많이 나셨죠?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했다.
사과를 듣고 있자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진다. 자신을 너무 심하게 자책하니 오히려 위로를 해야 되나 싶다.
자신을 자책하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미연에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자해다. 자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합리화하며 상대가 더 이상 침범하지 못하게 울타리를 치는 거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 건드리지 마라"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이런 사과는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불안이 쌓인다. 상대는 겪은 불편에 대해 이해받지도 못했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안심되지도 않는다.
사과는 스스로의 자책이 핵심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위로와 새로운 약속이 핵심이다. 사과는 변명을 하고 죄를 추궁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불편을 위로하고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많이 기다리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셨는데 기다리시게 했네요. 앞에 미팅이 길어져서 저도 많이 조바심이 나고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는데 미팅 중에라도 시간을 체크해야겠어요. 또 앞으로는 미팅 시작할 때 예상 가능시간을 미리 알리겠습니다. 관대하게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라고 사과한다면 어떨까?
상대의 불편을 위로하면서 스스로의 감정도 고백하면 인간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무엇을 할지 약속을 주니 신뢰도 간다.
실수 자체야 되돌릴 수 없지만, 저지른 실수에 대해 어떻게 사과하느냐는 준비할 수 있다. 'I am sorry(미안합니다)'가 미국에서 가장 돈 되는 말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가 연간 2만5000 달러 이하 빈곤층보다 2배 정도 사과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린 사과와 빠른 화해가 관계를 회복하고 비용을 절약한다. 진정하고 건설적인 사과로 신뢰를 회복하자.
[기고 = 윌토피아 평생교육원 지윤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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