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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서른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지나 다시 꾸는 꿈. 그리고 친구
입력 2018-10-19 17:02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전태관)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두 사람은 친구이자 음악 동료였고, 비즈니스 파트너였으며 때로는 경쟁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른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서도 그들의 지키는 이름은 결국 '친구'다.
19일 서울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암 투병 중인 전태관을 제외하고 김종진이 단독으로 참석해 진행됐다.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후배들이 모인 이번 헌정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전태관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김종진은 "당시 장례식장에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와주셨다. 그 때 전태관의 병든 모습을 보고 다들 너무 마음아파했다. 전태관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젠틀한 신사였다. 그런 그가 건강 앞에 무릎 꿇은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 음악으로 전태관을 도와야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나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하지만 내가 봄여름가을겨울과 상관 없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나는 내가 전태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료들의 등떠밀려 시작하게 됐고, 기왕 하는 것 기획회의 해서 제대로 만들어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을 못 들어본 후배들에게도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30년 전 선배 아저씨의 음악도 충분히 멋지구나 하는 얘기를 들으 수 있게 음악을 전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했다. 현재 음원 산업을 이끌어가는 고객들이 리스펙하는 뮤지션들이되, 연주와 봄여름가을겨울색과 어울리는 색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앨범은 작업에 참여한 후배 뮤지션들이 각자 선호하는 선곡으로 구성됐다.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존경과 헌사의 의미로 각자 평생을 함께 할 음악친구와 함께 편곡과 녹음을 진행했다. 오혁X이인우(feat.제이 마리), 윤도현X정재일, 10cmX험버트, 황정민X함춘호, 윤종신X최원혁 강호정, 장기하X얼굴들 전일준(feat.넉살), DAY6X차일훈, 어반자카파X에코브릿지, 이루마X대니정이 참여한 아홉 곡이 수록된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유용석 기자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은 30년간 고난과 불행을 모르고 사랑 듬뿍 받으며 살아왔는데 최근 전태관씨가 건강을 잃으며 처음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음악가 동료,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으로 후원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인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 바뀌었다.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해준 아티스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 수익금은 전액 전태관의 치료를 위해 기부된다. 김종진은 "앨범명도 그러하듯, 이 프로젝트의 모든 수익금은 건강을 잃은 친구이자 동료를 후원하는 데 쓰이는 게 목표다. 첫번째로 전태관을 후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이 앨범이라 말씀드리지 않고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리는 건, 이게 첫 발을 떼지만 잘 되서 전태관을 후원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건강을 잃은 친구, 동료를 위하는 무브먼트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라고 말했다.
김종진은 "캠페인 송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나에게 친구는 누구인가, 우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는 캠페인이다. 나아가 직장 동료는 친구인가, 직책과 나이를 초월한 친구는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음악으로 던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날 김종진은 데뷔 30주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두 글자로 하면 '감사'고, 일곱 글자로 하면 '감사감사감감사'"라고 말했다. 지금의 이 자리가 감사 그 자체라고. 그는 "내가 1962년생 뮤지션인데, 현역 중 1962년생 뮤지션이 나 하나 뿐이더라. 그래서 감사를 외치는 것이고, 한국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게 그만큼 힘들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됐는데 전태관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지난 30년을 떠올려보니 대하소설 한 편이 써지는 기분"이라며 "앞으로 30년 더 음악을 할 수 있다면, 지난 30년간 내가 너무 치열하게 좋은 음악 하려고 주변 음악가 힘들게 했던 것처럼 살지 않고, 더 편하게 놀면서 힘들지 않게 하고자 생각한다"고 말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유용석 기자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하며 생각해 본 수많은 투두리스트(버킷리스트) 중 지키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은 정말 감사하게도, 음악 하면서 딱 하나 빼놓고 다 이뤘다.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은, 백발이 성성해도 무대 위에서 섹시한 뮤지션으로 남기, 그리고 무대 위에서 죽자(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김종진은 "그런데, 그것도 이루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예전에는 무대 위에 올라가야만 음악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딛는 모든 땅이 다 무대가 됐다.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태관의 근황을 전하면서는 눈물도 보였다. 그는 "우리가 나중에 시들더라도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그 말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6년 전 발병한 신장암이 전이됐는데 지금까지는 백전백승 해왔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한 믿음을 보였다.
봄여름가을겨울의 30주년 기념 헌정 앨범은 19일 오혁과 이인우의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feat. Jay Marie)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이날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번 프로젝트 캠페인송 형태로 새롭게 작업한 '땡큐 송'(Thank You Song)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12월 20일 스페셜 트랙이 포함된 앨범이 온, 오프라인으로 발매된다. 오프라인 앨범은 CD와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될 예정.
한편 김종진(기타), 전태관(드럼)으로 구성된 봄여름가을겨울은 1986년 고(故)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두 사람이 1988년 봄여름가을겨울 정규 1집으로 정식 데뷔했다.
총 8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퓨전재즈부터 블루스, 록, 펑크, 어덜트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장르적 실험과 수준 높은 레코딩 사운드로 평단의 인정을 받은 이들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아웃사이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다수의 곡으로 사랑받았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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