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부담으로 서민들의 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보험 중도해약 건수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2018년 6월 손해보험사 장기보험 해약 건수는 402만9737건으로 전년대비 30만5064건(8.2%) 뛰었다. 해약 환급금도 15조7851억원으로 3조2290억원(25.7%) 늘었다.
보험을 중도해약 하는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의 영향도 있지만 가계소득에 비해 크게 오른 빚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로, 1년 전과 비교해 2.3%포인트 올랐다. 상승 폭은 BIS가 집계한 43개국 가운데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3번째다. 국민 1인당 가계 빚(자영업 사업자 대출을 제외한 가계신용 기준)은 연내 3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개 가계 살림이 어려워지면 먼저 보험을 해약하고 그 다음이 펀드, 예·적금 순이다.
빚이 늘거나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 매월 납입해야 하는 보험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장 먼저 해약하는 셈이다. 일정기간 납입하면 이자가 보장되는 예·적금은 가장 늦게 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험상품 특성상 예·적금 이자 감소분보다 금전적인 손해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에는 신계약 체결비용과 유지관리비, 수금비 등의 사업비가 포함되는데 일찍 해약하는 경우 이 비용이 미리 공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왕증이나 나이가 많아지면 보험 재가입이 힘들거나 보험료 부담이 2~3배 오르는 경우도 있다.
보험계약을 '어떻게 유지·관리 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례로 2년 전 은퇴한 이 모씨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보험료 납입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질병 및 상해사망 보험금이 1억원인 통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그는 보험계약 해지 절차를 밟았으나 담당 설계사가 조언한 '보험금 감액제도'를 활용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계약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씨처럼 매월 내는 보험료가 부담되면 계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감액제도를 활용하자.
만약 이씨가 가입한 보험이 질병 사망 때 1억원을 받는다면 이를 5000만원으로 줄이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다. 보험금 감액은 설계사를 통해 전체적인 보장 컨설팅을 받고, 중복되거나 과다한 보장을 줄이는 리모델링을 통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만한 게 '특약 해지제도'다. 이 제도는 비중이 적거나 중복되는 특약을 줄여 보험료를 낮추는 것. 비용 대비 꼭 필요한 특약을 중심으로 보험계약을 재설계 하는 콘셉트다. 다만 비용 대비 꼭 필요한 특약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또 해약환금금 이내에서 보험계약 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납입하는 '자동대출 납입제도'도 있다. 이 경우 대출이기 때문에 이자가 발생, 1년 경과하면 다시 신청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 효력이 상실된다. 그러나 보험료 납입을 잠시 중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납입 일시중지(납입유예) 제도를 이용하자.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 납입을 중지한 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1회 신청 시 1년까지, 보험료 납입기간 중 최대 3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납입유예기간 중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업비는 매월 차감된다.
충당할 생활자금이 모자라 굳이 보험을 해지해야 한다면 우선 순위를 정하자.
저축성 보험의 경우 이자율과 보험가입 시기도 중도해약 시 고려해야 한다.
이자율이 낮은 보험부터 해약해야 하고 이자율이 비슷하다면 오래 묵은 상품부터 접는 게 순리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7년이 지나면 중도해약에 따른 손해가 거의 없으며, 만기에 가까우면 약간의 나머지 이자만 손해보면 된다.
그러나 오래전에 가입한 7~10%대의 고금리 확정 이율상품이 있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게 이득이다. 암보험 등 질병보험은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이 대체로 보장조건이 좋아 가장 최근에 가입한 보험 순서부터 해약하는 게 현명하다.
세제 혜택도 고려 대상이다.
세제지원이 없는 일반 상품을 먼저 해약하는 것이 낫다.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보험은 납입기간 만료 전에 해약할 경우 해약금이 기타 소득으로 인식돼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5년 이내 해약하는 경우 해지 가산세도 부과돼 손해가 커진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 등으로 보험을 중도해약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보험을 해약할 땐 어떤 보험에 먼저 가입할지의 반대 순서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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