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자연생태보존지역 지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우리 민족 고유 스포츠인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 공동 등재하는 데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아줄레 사무총장에게 현재 진행 중인 비무장지대의 감시초소(GP) 철수, 지뢰 제거 작업을 언급하며 "그 일원이 자연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된다면 인류의 훌륭한 자연유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적시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조성 약속을 이행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이어서 문 대통령과 아줄레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모든 노력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교육과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 주민들 간의 연결 강화,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줄레 사무총장이 "유네스코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문 대통령은 "남북이 각자 추진해왔던 씨름 등재를 남북이 공동으로 하게 된다면 이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아줄레 사무총장은 남북의 '겨레말 큰사전' 공동 편찬작업이 남북의 언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상징적 협력사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는 남북한의 동질감을 되찾는 일이면서 동시에 많은 외래어 사용으로 잃어버린 한글의 고유 언어들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유네스코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유네스코가 6.25 전쟁 직후 한국에 교과서 인쇄공장을 설립해 교육재건 지원에 나선 전례를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저를 비롯한 50~60대는 그 교과서로 공부를 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배웠다"며 "그런 분야에서 유네스코가 북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올해 7개의 한국 전통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새로 등재되어 많은 한국 국민들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아줄레 사무총장이 '교육·문화·체육 등 분야에서의 남북간 교류와 협력은 오랜 분단으로 인한 간극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파리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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