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청산가치 미만 주가 속출…금융위기 직후 수준
입력 2018-10-12 17:44  | 수정 2018-10-12 19:42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코스피가 2200선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청산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종목 수만 놓고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주식이 이렇게까지 저평가받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실적 불확실성,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검은 목요일' 사태 이후 코스피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배 미만인 종목은 845개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우선주와 분할·합병 종목을 제외한 758개 종목 가운데 464개(61.2%)의 PBR가 1배에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1228개 종목 가운데 381개(31.0%)가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됐다.
PBR는 주당순자산(BPS)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투자지표로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주가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PBR 1배 미만 종목 수가 무려 1361개에 달했다.
이후 2009년 906개, 2010년 896개로 줄었으며 해가 지날수록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6년 말 585개를 저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716개에 이어 올해 845개로 급증해 사실상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청산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종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제값을 못 받는다는 것은 전망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자자들이 장부가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지금보다도 향후 2~3년 내에 실적이나 영업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 갈등과 비용 상승이 실적 악화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주식이라는 자산 자체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PBR는 BPS를 주가로 나눠 계산하는데 순이익 적자가 발생해 BPS가 감소하면 PBR도 낮아지게 된다. 1배 미만의 PBR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향후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물산(0.99배) LG전자(0.88배) 대한항공(0.68배) 포스코(0.53배) 현대차(0.48배) 등 80개 종목의 PBR가 올 들어 1배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등 30개 종목은 올해 PBR가 1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아가방컴퍼니와 하림, 삼표시멘트, KCC건설, 그랜드백화점 등 129개 종목의 PBR가 1배 미만으로 하락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개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 속에서 외국인이 나 홀로 순매수에 나선 결과 전일 대비 32.18포인트(1.51%) 상승한 2161.85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8거래일간 2조28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이날은 742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24.12포인트(3.41%) 오른 731.50으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9%, 4.93% 올랐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포스코, LG화학 등도 동반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 바이로메드, 메디톡스, 코오롱티슈진 등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반등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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