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행 중 차 엔진룸 화재…원인 몰라도 제조사에 손배책임"
입력 2018-10-12 15:34 

주행 중인 차에서 불이 난 사고에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더라도 정황상 부품 결함이 의심된다면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7단독(판사 안재천)은 지난 5일 한화손해보험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현대차가 134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한화손보 측에 따르면 2016년 충남 아산시 도로를 달리던 그랜저 승용차에서 불이 났는데, 사고를 담당한 아산소방서는 '차량 엔진룸 부근에서 최초로 불이 났지만 소실이 심해 정확한 원인은 밝히기 어렵다'고 추정했다. 한화손보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5월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에 A씨에 지급한 보험금을 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때문에 발생한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제품 결함이 있고 이를 통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한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사고 차량은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차량 운전자의 주기적인 점검, 정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엔진룸 내부에서 사고가 났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차량에는 결함이 있었고, 그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차량 보증수리기간은 5년인데 사고 차량은 사고 당시 출고된 지 5년이 약간 넘었고 별도의 개조나 튜닝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과, 현대차가 사고 차량과 동일한 시기에 출고된 차들에 대해, 차량 엔진 생산 과정의 문제로 비정상적 엔진소음 현상이 발견됐다고 리콜을 실시한 것도 사고 원인이 부품 결함에 있다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재판과정에서 "운전석 측 앞바퀴 타이어의 마모 상태, 알루미늄 휠 변형 등을 감안하면 운전자가 운전석 측 앞바퀴의 공기압 부족 상태로 차를 몰았고, 그로 인한 마찰열이 화재 원인"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황상) 운전석 타이어 쪽에서 최초로 불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화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측은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엔진룸 등 차량 제조사의 제조·판매책임이 있는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차량의 결함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경우 제조·판매자가 화재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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