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TF에 몰린 돈…폭락 부추겼나
입력 2018-10-11 17:56  | 수정 2018-10-11 19:49
◆ 한국증시 쇼크 ◆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등 증시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영향력이 커지면서 폭락 장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수 낙폭이 커지자 패시브 자금 환매가 몰리며 다시 주가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주가가 떨어진 8거래일 동안 국내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3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4% 이상 급락한 11일 하루 동안 2조5324억원이 매매됐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일평균 ETF 거래대금 1조62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날 거래량도 2억좌를 돌파하면서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 8004만좌를 크게 웃돌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대규모 ETF 환매가 주가 지수를 하락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주가가 떨어진 8거래일 동안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 1위와 2위는 ETF 상품이었다.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2682억원)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KODEX레버리지(2248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 역시 KODEX200(312억원) 등을 집중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ETF 프로그램 매매는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초 미국 다우지수가 두 차례에 걸쳐 4% 넘게 급락한 것 역시 ETF의 알고리즘 거래가 원인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그냥 내다 팔아버리면 시장의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며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하면 ETF 시장이 시장 전체를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설정액은 지난 8일 기준 38조2304억원으로 연초 대비 1조6195억원 늘었다. 최근 1년을 기준으로는 7조8437억원 늘어났다. ETF 시장 확대로 개별 종목이나 글로벌 증시 등 다양한 자산군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ETF는 개별 종목 가격을 살펴서 매매하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를 바스켓으로 편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자산이라도 비슷하게 하락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락장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애써 자산군별 분산 투자했는데 그 효과를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채권 ETF가 인기를 끌면서 채권 금리 여파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모양새다. 장외거래로 이뤄지던 채권이 ETF 형태로 증시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 상품들이 채권 금리에 따라 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예경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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