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11개사 코스닥 기업 무더기 상장폐지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 자리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현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코스닥 상장 폐지 절차 누락 지적에 대해 "시행 규칙에 따라 심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상장 폐지 절차 고의 누락 지적에 대해서는 "(정윤수)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이 이 자리에 있으니 자세한 답을 대신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는 코스닥 11개사의 무더기 상장폐지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규태 바른미래당(정무위 소속) 의원은 "이번 11개사 코스닥 상장사 상폐 결정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당초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에서 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이어지던 2단계 절차를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로 1단계로 단순화했으나 이와 관련 어떠한 공지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번 상장폐지 절차는 상위 규정인 '코스닥 상장규정 제38조' 위반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번에 상장폐지 결정된 회사들은 모두 지난 3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등으로 '투자환기종목'으로 지정됐고 반기보고서에서도 감사의견이 표명되지 않았다"면서 "하위 규정인 시행세칙에 의거해 형식적 상장폐지라는 명목으로 '상장폐지 확정'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로 끝내면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의 정책, 제도 변경에 대해 행정예고를 해야 하는 행정절차법 제 46조에 비춰볼 때 상장심의 및 폐지, 시장 감시 등의 공공업무를 하는 거래소는 행정청에 해당돼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상장폐지된 11곳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재감사 보고서 미제출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아이팩토리 한 곳 뿐"이라며 "작년과 재작년에 최초 감사의견에 문제가 있었던 17개 기업 중 11개 기업은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어 현재 정상적으로 상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재감사 보고서 미제출로 형식적으로 상장폐지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의 경우 형식적으로 즉시 상폐 대상이 된다"며 "동일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면 6개월 개선기간을 부여해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정무위 소속)은 상장 폐지 절차에서 '거래소의 갑(甲)질'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이번 상장폐지 가처분 효력정지 소송을 인용한 남부지방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거래소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판결 내용이 나온다"면서 "거래소가 상폐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소명 시간은 단 10분 밖에 주지 않았다는 것과 상폐 대상 기업들의 가처분 소송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정리매매 기간에 돌입한 것 등은 거래소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사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변경할 때는 금융위가 담당하지만 시행 세칙은 거래소가 금융위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상장폐지 여부는 행정감사 보고서의 적정성 문제에 달려있기 때문에 심사위에서 비슷한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처음 기업은 50분 검토했겠지만 마지막에는 10분 대로 시간이 단축됐을 수 있다"면서 "거래소의 시행세칙의 경우 공식적인 서류 공유가 없을 뿐 금융위와 세세하게 상의 후 실무적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상폐 논란에 대해 "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종전대로 절차상 처리한 것"이라며 "대상 기업에게 소명시간을 적게 부여하고 시행세칙을 금융위와 협의 없이 이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하위 규정인 시행세칙에 의거했고, 상장폐지에 대한 시행세칙을 간소화한 것 또한 상장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사전 공지 하지 않았다는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정윤수 거래소 코스닥본부장에게 답변을 미뤄 민병두 정무위원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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