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장간첩 몰려 사형당한 故 이수근 씨, 누명 벗고 49년 만에 '무죄'
입력 2018-10-11 13:41  | 수정 2018-10-18 14:05


과거 중앙정보부가 간첩 혐의를 조작하면서 처형된 이수근 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 끝에 49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1969년 사형이 선고된 이 씨의 재심에서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1969년 1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한 뒤 캄보디아로 향하다가 기내에서 중정 요원에 체포됐습니다.



위장 귀순해 북한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기밀을 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한 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같은 해 5월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씨의 사형은 두 달 뒤인 7월 집행됐습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이수근 씨 등을 불법 체포 및 감금하고 가혹한 고문 행위를 했다"며 "위장 귀순이라 볼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재판 당일에도 중정 요원들이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당시 법정 진술도 강요된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도 이 씨가 영장 없이 불법으로 구금됐고, 수사관들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지령을 받기 위해 한국을 탈출했다기보다는, 처음 이씨가 진술했던 대로 너무 위장 간첩으로 자신을 몰아붙이자 중립국으로 가서 편히 지내며 저술 활동을 하려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위장 귀순한 간첩으로 낙인 찍히고 생명까지 박탈당하는 데 이르렀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피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