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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신개념 극장고문 ‘배반의 장미’
입력 2018-10-11 07:45  | 수정 2018-10-11 09:1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긴급 공지를 수락하는 순간, 고문은 시작된다. 박철민 김인권 정상훈, 여기에 새얼굴 김성철 손담비가 가세하지만 이미 산으로 가버린 영화를 되돌릴 순 없다. 패배가 결정된 명품 웃음꾼들의 애처로운 고군분투다.
영국 원작의 문학적 코미디, 그리고 ‘코믹꾼 김인권 정상훈의 만남으로 시선을 끈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가 베일을 벗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게 진부함 그 이상의 실망감을 안긴다. 찰나의 웃음에 만족하기엔 99분의 러닝타임은 너무도 길다.
영화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죽을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한날 한 시에 함께 죽자는 긴급공지에 뭉친다. 작품이 더 이상 써지질 않아 괴로운 작가, 집안의 골칫거리인 사수생, 30억 검은 돈에 연루돼 쫓기는 남자, 그리고 미스터리한 홍일점 ‘배반의 장미까지. 먼저 만난 세 남자는 거사를 치르기 전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비장하게 마지막을 준비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한 ‘배반의 장미로 인해 계획은 꼬여버린다.
감독은 입시 문제, 직장과 가정 등 보편적 사회 이슈를 4인4색 캐릭터에 유머와 함께 녹여내지만 공감도 웃음도 끌어내질 못한다. 이들의 사연은 저마다 진부함의 끝을 보여주고, 개그 코드 역시 늘 봐오던 1차원 적인 조폭물 코드와 섹시 코드, 촌스러운 말장난으로 버무려져 있다.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밀당을 펼치는 모습은 코믹하기 보단 답답하고 민망하며 지루하다. 이미 명확하게 나온 엔딩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뭐 하나 새로운 요소들이 없으니 속도감이 느껴질 리가 없다. 훤히 보이는 목적지를 돌고 돌아 힘만 다 뺀 채로 도착하니 지치고 진이 빠질 수밖에. 요즘 극장가에서 보기 드문 99분의 짧은 러닝타임이 웬만한 해외 블록버스터보다도 한참 길게 느껴질 따름이다. 아, 찰나의 등장이지만 강력한 웃음 한 방을 날긴 신현준의 하드캐리는 분량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감이다.
영화는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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