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잡아라 잡(JOB)] "보이차 향은 시골 외할머니 댁 아궁이 냄새"
입력 2018-10-08 13:36  | 수정 2018-10-08 13:59

"커피와 달리 차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전 보이차 향기를 시골 외할머니댁 아궁이에서 나는 냄새로 소개해요. 경험과 연결지어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게 차의 매력이 아닐까요?"
지난 4일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소공점에서 만난 최지혜(사진) 티(tea) 소믈리에는 고심 끝에 차를 즐기는 방법을 이같이 소개했다. '차에는 정답이 없다'는 자신의 신념이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누군가가 민트차를 지푸라기맛이라고 말하면 이 또한 정답이라는 얘기다.
흔히 소믈리에는 와인을 추천하는 직업을 말한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워터 소믈리에', '밥 소믈리에' 등의 자격증과 직업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티 소믈리에 역시 차의 효능과 유통 과정, 맛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타인에게 소개하는 직업이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대체 음료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소믈리에로 활동하기엔 칵테일과 와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제가 유독 알코올에 취약해서요(웃음). 커피랑 비슷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를 선택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차 생산량의 연평균 성장률은 25%다. 다만 대표적인 차 생산지인 중국에 비해선 턱없이 적다. 최지혜 티 소믈리에는 "홍차와 녹차가 독식하던 중국으로 글로벌 블렌딩 차 회사들이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언제든지 새로운 시장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지혜 티 소믈리에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엔제리너스 소공점에서 차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신미진 기자]
최지혜 티 소믈리에는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이론과 실습 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차의 수색(水色)과 향을 느낀 뒤 5대 다류를 감별하는 과목과 여러 개의 홍차를 맛본 뒤 어느 나라의 것인지 맞추는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정답이 없다는 게 매력인 동시에 수험생으로서 가장 힘든 점이죠. 그래서 저는 향을 구분 짓는 저만의 기준을 하나하나 세우고 외우는 방식을 택했어요. 껌과 비교하는 게 대표적이죠. 예를 들어 페퍼민트는 '후라보노' 향이 나는 차, 트로피컬 홍차는 '와우'로 정의했어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마테차는 과감히 '내가 싫어하는 향'으로 외웠더니 한결 낫더라고요."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소공점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해있다. 주 고객 연령층도 타 매장보다 높다. 이를 겨냥해 엔제리너스는 매장 한편에 티 바(TEA BAR)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지난 8월 기준 해당 매장의 월 매출은 1억 원을 돌파했다. 오픈 4개월 만에 두 배가량 뛴 셈이다.
"식당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식사 후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에요. 차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꼭 식사 메뉴를 먼저 묻죠. 보통 중국 음식을 드신 손님들에겐 소화 효능에 뛰어난 민트차를 추천해드려요."
최지혜 티 소믈리에 근무복에 티 소믈리에 마스터를 비롯한 각종 대회 배지가 붙어 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최지혜 티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엔제리너스 소공점의 차 메뉴는 녹차에 재스민향을 입힌 '재스민펄'이다. "국내 대중들에게 자스민차로 알려진 건 대부분 우롱차에요. 국내에선 녹차를 이용한 재스민차를 보기가 어려워요. 녹차를 재배하는 보성 다원이 있기 때문에 외국 녹차에 대해선 관세를 굉장히 높게 책정한다기 때문이죠. 이 같은 정보를 차와 함께 드리면 손님들의 만족도도 훨씬 높죠."
최지혜 티 소믈리에의 무기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2016년 열린 코리아월드푸드챔피언십(KWFC) 대회에서 최지혜 티 소믈리에는 경연 주제인 니트로(질소) 커피에 블루베리향이 나는 루이보스 빌베리차를 접목시킨 메뉴로 금상을 수상했다. 일명 '블루베리 향이 나는 커피'다. 니트로 커피에서 나는 거품(폼)에 초점을 맞췄던 심사위원들의 편견을 한순간에 뒤집은 것.
"예쁜 술을 먹고 싶어서 히비스커스차도 소주에 넣어보고 차에 우유도 섞어보고 참 많은 짓(?)을 해봤는데 아직까지 주위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더라고요(웃음). 계속 시도를 해 언젠가는 제 아이디어로 직접 만든 차 메뉴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