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치열한 증인신문으로 재판전략 바꿀까" MB 항소심 5대 쟁점
입력 2018-10-07 16:28 

이명박 전 대통령이 5일 다스 횡령·뇌물 등 사건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707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항소심에서도 검찰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77세(1941년생)라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92세에 만기 출소한다. 만약 212억원이 넘는 벌금과 추징금을 내지 못하면 최대 3년간 노역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항소심 쟁점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전략 변경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이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항소심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항소는 12일까지 해야 한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고 재판 확정 이후 특별사면은 가능성조차 점칠 수 없는 상황이라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전략을 바꿀지 관심이다. 1심에선 검찰 측 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피고인이 증거에 동의하면 검찰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 다투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재판을 빨리 끝내고 사면을 받겠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실제 6개월간 27차례 재판에 법정에 나온 증인도 1명뿐이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하면 재판장이 선처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2심에선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핵심 관련자들을 법정에 불러 다툴지 주목된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 중 349억원대 횡령과 31억원대 조세포탈, 110억원대 뇌물수수 가운데 67억원이 다스와 관련 있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선 다스 실소유 여부를 다퉈 법원 판단을 바꾸지 못하면 다스와 관련한 모든 형사처벌을 감당해야 한다. 반면 다스 실소유주라는 판단을 뒤집으면 자연스럽게 관련 혐의는 모두 벗을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가 보유한 다스 지분이 없고, 이에 대한 이면계약도 없어서 실소유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이 사건에서 파생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봤다. 청와대 등을 동원해 BBK로부터 다스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 받는 미국 소송과 처남 고 김재정씨 명의 다스 지분 등 차명재산 상속 문제를 검토하게 지시했다는 게 혐의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것은 인정되지만, 일반적인 대통령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의 한 중견법관은 "공무원 직권의 내용·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명쾌하지 않아 2심에서 정반대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2심에서 검찰 증거를 다투겠다며 증인신문을 원할 경우 미국 체류 중인 김석한 변호사의 귀국 여부도 쟁점이 된다. 그는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뇌물 혐의의 공범으로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돼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변호사가 2008년 3~4월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삼성의 소송비 지원 의사를 전달했고 이를 이 전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판단을 문제 삼으려면 김 변호사를 법정으로 불러 직접 다퉈봐야 한다. 다만 그가 자진해서 귀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변호사 소환이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중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혐의는 검찰이 불리하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특활비 뇌물 혐의 7억원 중 2011년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10만달러(약 1억원)만 인정했다. 무죄가 난 6억원은 "사익을 위해 건네지 않았다"고 봤다. 판사들 사이에선 "애초 특활비 전용에 뇌물 혐의를 적용한 건 무리였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송광섭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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