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획부동산`으로 탈바꿈 한 귀농귀촌 지원금
입력 2018-10-06 17:32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정부 지원금이 기획부동산 투자 자금이나 애견사육·분양 업체 창업 등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사업 시행이후 10여 년간 1985건 약 676억원의 정부지원금이 당초 사업 취지와 다르게 신청·집행됐다.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은 귀농귀촌 지원 사업 시행 이후 문재인 정부 최초로 2017년 4~7월, 8개 시군(경북 영천, 경북 상주, 경남 하동, 전북 고창, 전남 나주, 충북 충주, 충남 논산, 강원 횡성)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정부지원금 관리실태에 대한 정부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사업 시행 이후 10년 만에 처음 실시된 합동점검 결과 사업장 이탈 등 505건의 위반사항(약171억)을 적발, 이 가운데 융자자금 부실심사 및 사후관리 소홀이 총 223건(약150억), 보조사업비 부당집행 및 보조금 사후관리 소홀 등이 282건(약 21억)으로 적발됐다.

이후 2017년 11월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은 종합감사 대상 8개 시군을 제외한 전체 시·군(약 128개)에 대해서도 지자체 주관감사를 실시토록 했다. 이 결과 1480건(505억 6000만원)의 위반사항이 적발, 이 중 보조사업비 부당집행 및 사후관리 소홀이 약 110억원, 융자자금 부실심사 및 사후관리 소홀이 약 394억원에 달했다. 위반사항 집행금액은 전남이 135억 60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108억 3000만원, 경북 100억 4000만원 순이다.
주요 적발사례로 귀농귀촌 정부지원금 수령 이후 타 도시로 이주, 부실한 사업대상자 선정, 경작확인 점검 미흡 등이다. 특히,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도시민의 안정적 농촌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귀농정책이 특정 애견 분양업체의 애견브리딩 창업자금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발됐다.
애견 분양업체는 귀농귀촌 정부지원금을 애견브리딩 창업 사업자금으로 소개해 애견브리딩 귀농인을 모집했다. 업체는 견사신축에 필요한 시설자금의 경우 업체에게 지급된다는 것을 악용해 귀농인의 귀농귀촌 정부지원금을 편취하고 창업 귀농인에게 개와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했다. 가평군 귀농자 16명 중 12명이 이 같은 형태의 애견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번에 적발된 7명이 같은 날 혹은 하루차이로 동일 주소지에 전입해 정부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기획부동산 등을 통한 집단 자금 신청 사례도 적발됐다. 기획부동산에서 산 2필지를 60필지로 분할해 한 가구당 약 1000㎡의 토지분양 후 24명의 귀농인들이 집단적으로 귀농자금을 신청한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농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가 부족한 귀농인들에게 단기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현혹해 정부지원금을 조직적으로 신청한 사례다.
김현권 의원은 "지난 10년간 1985건(약676억)의 귀농귀촌 정부지원금 위반사항 적발은 지난 정부의 농업예산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역소멸과 농산어촌 공동화의 심각한 위기 속에서 귀농귀촌사업 예산이 귀농인의 정착지원금이 아닌 특정업체의 사업 확대, 기획부동산과 같이 악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귀농귀촌 정부지원금의 누수를 막고, 귀농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귀농귀촌 예산을 청년직불금 확대와 취농지원 사업 등으로 구조적인 제도적 재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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