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 때는 관두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야구가 너무 안됐다.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진가 보다. 할 만큼 했다. 그만 둬야겠다. 나는 후회 없이 했다라고 생각했다.”
7년 전, 경성대 4학년이던 한동민(29·SK와이번스)은 야구를 관두려했다.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지만, 4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어중간한 수비 포지션(3루수 또는 외야수)에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프로구단도 그를 외면할 때였다.
하지만 한동민의 성실함을 눈여겨봤던 SK는 그를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전체 85순위)에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 때의 선택이 KBO리그와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9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한동민은 1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4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올 시즌 40번째 아치를 그린 한동민은 두산 김재환, 넥센 박병호, kt 로하스, 팀 동료 제이미 로맥에 이어 2018시즌 5번째 40홈런 타자가 됐다. 한 시즌 최다 40홈런 타자가 배출되는 순간이었다.
또 한동민은 장종훈, 이승엽, 박경완, 심정수, 이대호, 강정호, 박병호, 최정, 김재환에 이어 40홈런 고지를 밟은 10번째 국내 선수가 됐다. 10번째지만, 대졸 야수로는 KBO 리그 최초다. 앞선 40홈런 이상 때려낸 야수들은 공교롭게 모두 고졸이었다.
한동민은 SK 구단 역사에도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SK 구단 역사상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최정, 페르난데스, 로맥)는 모두 우타자였다. 여기에 한동민이 SK 좌타자로는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동시에 SK 구단 최다 타점(2017시즌 최정 113타점)과는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한동민에게 40홈런 타자가 될 줄 알았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동민은 어안이 벙벙하다”며 홈런을 치겠다고 하고 들어서는 타자는 없을 거다. 저는 스스로 장거리 타자나 거포라고 생각한 적 없다. 홈런이나 안타라는 게 배트 중심에 맞아야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공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 스윙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내 스윙을 못하면 뒤에 가서 후회하기 마련이다. 물론 틱하고 맞을 때도 있고, 그냥 지켜보다가 (타석에서)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내 스윙을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40홈런을 치고 나서, 먼 산을 보는데 스쳐지나가는 게 많았다”며 감상에 젖었다.
1년 전 이 시기에 한동민은 강화에 있었다. 29홈런을 때리며 SK의 새로운 거포로 자리 매김한 8월,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발목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30홈런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한동민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야구를 안 보려했지만, 그게 또 안 되더라. 어떻게든 올 시즌 야구장에서 뛰어야 된다고 마음을 먹고, 재활에 매진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휴일도 반납했다. 더구나 시즌 후 결혼도 했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괌으로 갔고, 괌에서 돌아오자마자 IMG재활센터로 갔다. 더 열심히 해서 다시 일어서야지 의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주위 분들의 도움도 많았다. 특히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이 고생이 많으셨다. 치료해주고, 매시간 체크해주고, 그런 도움이 있어 야구장에서 잘 하게 된 듯 하다”고 말했다.
부상에서 회복해 개막전부터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초반 타격은 침체됐다. 한동민은 한 번 다치고 나서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이 부정적이 됐다. 부정적인 게 극에 달했을 때, 모든 걸 내려놨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내가 감독이라면, 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 믿어주시니 조금 조금씩 타격이 올라갔다”며 전광판에 나오는 성적에 신경 쓰지 않고, 투수만 상대하려 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는데)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동민은 아내 전벼리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그는 결혼하니 모든 게 좋다. 솔로일 때는 혼자서 삭히던 것도 아내와 대화로 풀 때가 많다. 맛있는 밥도 해준다(웃음). 아내가 음식에 소질이 없다고 했는데, 요새는 워낙 레시피가 잘 돼 있지 않나? 레시피를 보고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내는) 잘하더라. 항상 맛있게 먹고 있다. 사실 결혼하고 바로 재활하고, 훈련했기에 아내가 서운했을지 모르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항상 내 위주로 맞춰줘서 고맙다”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낸 2018시즌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얻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마음 편히 쉬고 싶다는 한동민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진 않았지만,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은 뒤 남은 경기에도 들뜨지 않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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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경성대 4학년이던 한동민(29·SK와이번스)은 야구를 관두려했다.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지만, 4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어중간한 수비 포지션(3루수 또는 외야수)에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프로구단도 그를 외면할 때였다.
하지만 한동민의 성실함을 눈여겨봤던 SK는 그를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전체 85순위)에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 때의 선택이 KBO리그와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9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한동민은 1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4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올 시즌 40번째 아치를 그린 한동민은 두산 김재환, 넥센 박병호, kt 로하스, 팀 동료 제이미 로맥에 이어 2018시즌 5번째 40홈런 타자가 됐다. 한 시즌 최다 40홈런 타자가 배출되는 순간이었다.
또 한동민은 장종훈, 이승엽, 박경완, 심정수, 이대호, 강정호, 박병호, 최정, 김재환에 이어 40홈런 고지를 밟은 10번째 국내 선수가 됐다. 10번째지만, 대졸 야수로는 KBO 리그 최초다. 앞선 40홈런 이상 때려낸 야수들은 공교롭게 모두 고졸이었다.
한동민은 SK 구단 역사에도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SK 구단 역사상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최정, 페르난데스, 로맥)는 모두 우타자였다. 여기에 한동민이 SK 좌타자로는 최초로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동시에 SK 구단 최다 타점(2017시즌 최정 113타점)과는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한동민에게 40홈런 타자가 될 줄 알았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동민은 어안이 벙벙하다”며 홈런을 치겠다고 하고 들어서는 타자는 없을 거다. 저는 스스로 장거리 타자나 거포라고 생각한 적 없다. 홈런이나 안타라는 게 배트 중심에 맞아야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공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 스윙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내 스윙을 못하면 뒤에 가서 후회하기 마련이다. 물론 틱하고 맞을 때도 있고, 그냥 지켜보다가 (타석에서)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내 스윙을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40홈런을 치고 나서, 먼 산을 보는데 스쳐지나가는 게 많았다”며 감상에 젖었다.
1년 전 이 시기에 한동민은 강화에 있었다. 29홈런을 때리며 SK의 새로운 거포로 자리 매김한 8월,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발목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30홈런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한동민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야구를 안 보려했지만, 그게 또 안 되더라. 어떻게든 올 시즌 야구장에서 뛰어야 된다고 마음을 먹고, 재활에 매진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휴일도 반납했다. 더구나 시즌 후 결혼도 했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괌으로 갔고, 괌에서 돌아오자마자 IMG재활센터로 갔다. 더 열심히 해서 다시 일어서야지 의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주위 분들의 도움도 많았다. 특히 트레이닝 파트 코치님들이 고생이 많으셨다. 치료해주고, 매시간 체크해주고, 그런 도움이 있어 야구장에서 잘 하게 된 듯 하다”고 말했다.
부상에서 회복해 개막전부터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초반 타격은 침체됐다. 한동민은 한 번 다치고 나서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이 부정적이 됐다. 부정적인 게 극에 달했을 때, 모든 걸 내려놨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내가 감독이라면, 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 믿어주시니 조금 조금씩 타격이 올라갔다”며 전광판에 나오는 성적에 신경 쓰지 않고, 투수만 상대하려 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는데)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동민은 아내 전벼리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그는 결혼하니 모든 게 좋다. 솔로일 때는 혼자서 삭히던 것도 아내와 대화로 풀 때가 많다. 맛있는 밥도 해준다(웃음). 아내가 음식에 소질이 없다고 했는데, 요새는 워낙 레시피가 잘 돼 있지 않나? 레시피를 보고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내는) 잘하더라. 항상 맛있게 먹고 있다. 사실 결혼하고 바로 재활하고, 훈련했기에 아내가 서운했을지 모르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항상 내 위주로 맞춰줘서 고맙다”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4일 KIA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한동민. 한동민은 "내가 40홈런을 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안준철 기자
정규시즌을 얼마 남지 않은 SK는 단독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한동민도 빨리 순위가 확정돼 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짓고 싶다”며 순위 싸움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팀 순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는 한동민이다. 그는 (김)강민이 형이나, 여러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 개인적으로도 설렌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낸 2018시즌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얻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마음 편히 쉬고 싶다는 한동민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진 않았지만,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은 뒤 남은 경기에도 들뜨지 않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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